애 셋 키우기 실전 편
필자는 애 셋을 키우는 정신과 전문의다. 첫째는 5살, 둘째는 2살, 그리고 셋째는 엄마 뱃속에 있다. 혹자는 아직 셋째가 엄마 뱃속에 있는데 무슨 애 셋을 키운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아이를 임신한 아내는 아이와 같다. 아이와 같은 케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이를 임신하면 엄마는 평소에 하던 일을 똑같이 해도 매우 피곤해한다. 우리 아내 같은 경우에는 셋째를 가진 것을 알게 됨과 거의 동시에 육아휴직을 끝내고 이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복직을 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평소보다 피곤이 가중되어 퇴근하면 아무것도 못했다. 덕분에 퇴근 이후에 두 아이를 하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먹이고 씻기는 것은 내 일이 되었다. 그뿐이면 다행이고 원래는 아내가 하던 일들인 빨래와 설거지까지 내 몫이 되는 날들이 늘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내가 이제 아이인 것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사에 임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는 넘어야 할 산이 더 있었으니 바로 아내의 개입이다. 평소에 아내가 하던 일들이 넘어오면서 그 방식이 변하자 아내는 불편해하기 시작했다. 나의 일이 서툴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이런 불평에 나는 생각했다. 내가 퇴근하고 거의 모든 일을 다 하는데 이마저도 불평하는 아내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이 역시 아내가 아이인 것이 답이 되었다. 아이를 임신한 아내는 아이와 같아서 부모와 같은 사랑을 필요로 한다. 나는 아이 셋이 있는 아빠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이러한 고백을 통해 나는 아내가 불평할 때도 온건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집안일과 아이들 돌보기를 하다 보니 아내도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임신한 아내는 때때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아이와 같은 성질로의 회귀다. 아이를 임신하다 보니 아이와 파동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남편의 역할은 아내의 부모가 되어주는 것이다. 아내를 아이처럼 사랑하고 돌봐주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에 지친 남편들에게 이것은 굉장한 정신적 수련이지만, 이 수련을 통과한 자는 진정한 아버지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