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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운선 Jul 15. 2024

그림책 육아의 첫걸음, 그림책 고르기

가장 좋은 건 내 아이에게 맞는 책

“매일 쏟아지는 책,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요?”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양육자님들이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그러고는 자신은 책을 선택할 때 추천도서 목록을 참고하거나 상 받은 작품을 고른다며 자신의 선택 방법에 대해 의견을 묻습니다. 그러한 방법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고르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죠.      


첫째너도나도 사는 책전집 고르기

어린아이를 둔 양육자라면 한 번쯤은 판매자의 전집 구입 권유를 받아보았을 텐데요. 판매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이 책 저 책 모두 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남들도 모두 산다는 책, 나만 안 사면 우리 아이가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하고요. 이럴 때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해 보세요.


우선 낱권 판매가 되는지 살피세요. 낱권으로도 판매가 되고 전집으로도 판매가 되는 책이 전집으로만 파는 책 보다 질이 좋을 가능성이 큽니다. 


화풍과 판형의 다양성도 살피세요. 전집의 특성상 보통 20권 이상이 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이는 같은 화풍의 그림 20편을 보는 것보다 다른 화풍의 그림 20편을 볼 때 더 많은 경험을 하기 때문이죠. 판형도 책에 실린 그림과 내용에 맞게 크기가 달라야지 그림과 내용에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이라면 한 번쯤 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지금 사는 전집이 내 아이 수준에 맞는가 하는 점도 살펴야 해요. 몇 년 후까지 읽힐 목적으로 아이 수준보다 높은 책을 사는 것은 아이에게 책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당장 아이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을 선택해 주세요.     


둘째같은 제목 다른 이야기옛이야기 그림책 고르기

유아를 위한 그림책은 옛이야기, 판타지, 사실동화, 정보, 시, 글 없는 그림책 등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중 옛이야기 그림책은 같은 제목이라도 출판사마다 다르게 나오므로 비교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옛이야기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신화, 민담, 전설, 우화를 포함합니다. 최근에는 옛이야기를 패러디한 그림책도 선보이고 있죠. 옛이야기 그림책의 그림은 갓이나 짚신, 초가집 등 지금은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것들이 표현되어 “들고 다니는 민속도감”이라고도 하는데요. 이때 그림은 전통문화의 정취가 잘 드러나야 합니다. 아프리카 옛이야기라면 아프리카의 전통문화가 잘 드러나는 그림을 담아야 하는 것이죠.


신화나 민담, 전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구전된 이야기가 아니어서 폭력적이거나 외설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작가가 고쳐 써 옛이야기 그림책으로 나오는데요. 이때 옛이야기 패러디가 아닌 경우, 원작에 근거하여 재화 되었는지, 조상의 멋과 해학, 풍속이 잘 드러났는지, 아이들에게 우애, 협동, 용기, 지혜, 효도 등의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문장 서술어는 “~ 했대.”, “~그러고 말았어.”처럼 입말로 쓴 글이 옛이야기의 특징인 구어를 잘 살려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쪽이(류미원 글|김재홍 그림|을파소)> 중 한 장면

몸이 반쪽으로 태어난 반쪽이의 모험담이다. 다른 사람들의 차별과 편견을 받던 반쪽이는 모험을 하며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지혜롭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다. 감칠맛 나는 입말로 쓴 글은 읽는 이의 흥을 부추긴다. 굵고 힘찬 선으로 표현한 그림은 반쪽이의 씩씩하고 용감한 모습과 해학적인 멋을 한껏 드러낸다. 


셋째아이의 발달에 맞게연령을 고려하기

유아는 6개월 차이라도 신체나 언어, 인지발달 등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에 맞는 책도 달라지는데요. 


우선 출생부터 3세까지의 영유아기에는 입으로 물고 빨아도 안전한 책인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 빠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죠. 책 모서리가 날카롭지 않아야 하고 빨아도 건강을 해치지 않은 재질이어야 하며 아기 손에 맞는 블록 책이면 좋습니다. 또한 순수한 그림책의 역할이 떨어지더라도 소리 나는 책,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책, 펼치면 재미난 그림이 튀어나오는 책 등 다양한 장치를 첨가한 책이 아이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죠.


3세부터 5세 사이는 다양한 책을 읽어주기 좋은 시기죠. 동물이나 제 또래 아이가 등장해 아이의 생활을 보여주는 책, 판타지, 숫자 세기나 사물의 이름을 익히는 정보 책, 모두 좋습니다. 특히 이 시기는 대소변 가리기, 옷 입기, 양치하기 등을 담은 그림책을 통해 생활습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5세 전후는 어휘력이 폭발하는 시기이므로 다양한 말놀이를 할 수 있는 책도 좋겠죠.   


5세부터 7세 사이의 아이들은 신체나 언어 능력이 발달하고 유치원에 다니는 등 활동 역역이 넓어집니다. 가족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판타지, 옛이야기 그림책, 읽기와 쓰기를 고려한 책 등이 좋습니다. 이때 이야기는 긍정적인 결말을 보여줘서 아이 마음에 있을 불안이나 갈등, 고통 등을 씻어주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내용이 좋겠죠.                                                            

<누가 아파?(저자 스티나 비르센|역자 기영인|문학과지성사)> 중 한 장면

아픈 아기 곰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이 시기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는데, 아이 곰의 이야기는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꿔준다. 단순한 선과 색채로 아이들의 일상을 재치 있게 담았다.   


넷째문제해결을 위한 그림책 처방상황에 맞게 고르기

최근에는 슬플 때, 화날 때, 친구와 싸웠을 때 등 각 개인이 처한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주는 책 선택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상황에 맞는 책 고르기는 아이가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데 힌트를 주고 아이의 마음을 건강하게 발달시키는데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 문제 상황으로 감정조절에 도움을 주는 책이 있어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잘 표현하도록 돕는 책이죠. 화, 슬픔, 외로움. 두려움, 즐거움 등의 감정을 다룬 책이 해당됩니다.   


자존감 형성에 도움을 주는 책도 중요합니다. 자존감은 특히 아이가 실망이나 좌절할 때 스스로를 무너지지 않게 하고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 맺기를 하게 하는 기초 체력이기 때문이죠. 누구나가 자기만의 개성이 있고 어떤 사람이라도 소중하다는 내용을 담은 책들을 선택해 줄 수 있어요.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면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골라 주세요. 친구 사귀기, 다툼과 화해, 유치원에서의 일,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하도록 돕는 내용이 담긴 책이 좋습니다. 

                                                   

<발표하기 무서워요(글 미나 뤼스타|그림 오실 이르겐스|두레아이들)> 중 한 장면

발표를 무서워하는 알프레도가 발표 공포증을 이겨 내는 이야기다. 발표라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떨리고 긴장되고 실수할까 봐 걱정이 앞선 주인공의 위기 극복 이야기는 알프레도와 같은 걱정이 많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몇 가지 기준을 제시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것입니다. 아이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양육자는 아이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아이보다 양육자가 먼저 책을 읽어 아이에게 잘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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