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볕 드는 쪽에 머무른 향기
몰랐다
두 밤 자면 이사 간다는 것을
낮잠 자느냐고 몰랐다
사돈댁이 보내주신 삼계탕 2인분
꿀잠 들어서 몰랐다
당근에 학원 의자 판매하는데
시골에서 따왔다며
둥근 호박 애호박 오이 고추 가지
입 벌어지게
느닷없는 선물더미를 안겼다
작은아이가 봉투를 보이며
엄마 글감이야 붙여서
엔도르핀 웃음 덤으로 같이 내민다
그래 주제는 뭐로 줄까
초복
응 못 알아들었다
다시 건넨 말
초복
그랬구나
몰랐구나
어제 작가들 만남이 들떠서
몰랐구나
시골 흙을 묻혀온 봉투 속의
채소들이 당근 한 가격 2천 원보다
값지고 비싸다
당근 거래에서 받아본 최고의 선물
농부의 땀
장화 신고 땄다는 밭 고기
딸아이랑 나랑
함박웃음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