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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Nov 06. 20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빈 의자

 아버지는 (88세)에 혼자서 밥도 차려 드시고 손수 의복도 빨아서 다림질하여 입으시는 분이다. 엄마가 안 계시고 가족 중 제일 편한 나를 의지 하시다 보니 입원실에서 나를 전화로 하루 한 번 호출하신다. 아니 어제는 면도기였는데 오늘은 손톱깎이를 갖고 오란다. 갑갑하니 사람 구경 좀 하시려고 시간 좀 때우려고 그러심이 확 표시 난다.


 기침이 많이 가라앉았는데도 일반병실이 아닌 독방에 계셔서 면회도 삼가 된다. 그럼에도 나를 호출하신다. 만만하고 편하시다니 해야지.


 런 날을 대비하여 우리 4형제도 여럿 형제가 친목 모임처럼 만나고 회비를 걷듯이 우리도 그리하자고 제안했었다. 엄마의 목소리가 쟁쟁하실 이순 때, 그래서 월 삼만 원씩 막내한테 내자고 건의했으나 나 혼자서만 1년 이상을 지키니 총무역이었던 막내가 파투를 선언했다. 아버지 병원비는 아직 손수 지불하시지만 병원 모시고 다니는 일이 예사롭진 않다. 나도 곧 이런 길을 택해지겠지만. 쯥 쯥 입맛 다심을 한다.


엄마집에 먼저 둘러서 손톱깎이랑 면도기 추가로 가져가야 하므로 간석동으로 발걸음했다.


 십여년은 못 뵀던 생선 파는 아줌니가 나를 먼저 알은체하신다. 살이 두둑이 오른 이분은 심심해서 생선 구루마를 놓을 수 없다신다. 추가로 남편이 50세도 못 채우고 교통사고로 젊은 나의 곁을 떠났다며 건강이 최고임을 일침해 주셨다. 엄마 동네서 만나는 이들은 내가 인사를 해야 한다. 먼저들 인사 하려고 하셔서 어떨 때 내가 이 자릴 놓치게 되면 대개 민망하다.


 * 생선 좌판을 보니 내 엄니가 쥐고기를 전으로 바쁜 아침마다 잔뜩 부쳐주셔서 입 호강을 했는데 학교 파하고 오면 할머니가 동네 영감탱이 다 퍼주고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소쿠리 통째로 노상 비어 있었다 *


 냥이 집사, 두부차, 아래 골목 학생엄마 등등 나를 알아보신다. 엄마가 안 계셔도.


 그런데 인사를 하면 복이 들어오는 것 같다. 종일 기분이 널럴해진다. 이 생선 수레의 좌판처럼 생선들이 말라가도 자기 자리 지키듯이 나는 이들을 비켜나며 엄마 생각을 더 안아보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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