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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Nov 11. 20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사람 관계의 중요한 요소

 아버지가 낼 퇴원이 잡혀있어서 퇴근 때 우족을 사서 엄마집으로 갔다. 막냇동생은 공부와 직장생활만 몸에 익은 품새라 살림에는 아주 쑥맥이다. 그래서 집도 올해는 싹 치운다더니 더 어질러있고 반찬은 할 줄 아는 게 아예 없다. 천상 내 손이 이따금씩 가지만 살림을 못 만지게 한다.


 내 비위에 맞지 않는 게 어쩔 수 없는 건 쫘악 늘어놓고 손을 못 대게 하는 것이다. 재작년에 조금씩 치워주러 갔다가 걸려서 된통 윽박지름만 받고 왔다. 안방 엄마 농만 이불 정리 싹 해놓은 것뿐이다.


 아버지 찬은 막냇동생 없을 때 후딱 해놓아야 해서 서둘러 움직였는데 지방에서 온 갓 지은 쌀이 20킬로보다 좀 더 되는 무게가 엄마집 현관문 앞에  보란 듯이 있었다. 복도 센서가 빨리 움직이고 아버지 성함과 비슷한 스티커만 보고 일단 뒤 베란다로 옮겼다. 돋보기를 써야 볼 수 있는 글씨여서 나올 때 쌀을 들여다 놨다고 통화하니 옆 동 것이 잘못 배달  거란다. 그러잖아도 왼쪽 손목이 손목터널증후군이라 저린데 내 사고여서 다시 옮겨놓고 옆 동을 가서 아줌니한테 배달이 잘못된 쌀임을 알려드렸다.


 나랑 같이 쌀 포대를 옆 동으로 옮긴 아줌씨는 말을 붙이신다. 사회에서 만난 십년 넘은 동생뻘 되는 친구인데 트고 먹으면서 서로를 가족처럼 챙김 해준다고 하셨다. 아줌니도 친구 쪽 어머니를 뵈면 십만 원 정도 용돈을 드리고 형제 친구 같은 우애가 쌓이다 보니 전북에 계신 친구 먹은 분 아흔 넘은 노모가 쌀을 보내줌이란다. 자랑을 한 사발 하시는데 부러움이 샀다. 작년에 남편을 보냈는데 납골당에 커피 들고 찾아가 주는 친구라니 세상은 품앗이이며 사람이 살아가는 관계 요소가 된다.


 우리가 글을 쓰는데 라이킷과 구독을 서로 주고받으며 글을 써야 하는 힘이 되어주듯 세상은 인지상정이다. 이렇게 돈독한 친구가 있는 건 명의상 관계를 맺고 있는 것보다 천만번 낫다. 나이 들면서 또 퇴직하면서도 연락처가 정리되는 것마냥 강변햇살 비침 같은 좋은 친구 한두 명이면 뿌듯할듯싶다. 인맥이 넖어서 좋은 시대는 아니다라고 본다. 이것이 자랑이 될 수 없으며 진정 내가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친구는 하나 내지는 많게는 둘이다.


 가는 길이 어차피 빈손에 장례문화도 인식이 바뀌어 가는 초현실주의에서 많은 지인을 내세움보다 조용히 알짜배기로 하늘 오름을 맞는 게 앞으로 비춰질 세상이다.


 아직도 본인 결혼식을 챙겨 먹고 발을 딱 끊는 문외한으로 자극받는 젊은이들을 가금씩 본다.

 

 마음의 품앗이로 따뜻한 온정 안다미로(큰손)로 해도 된다. 마음의 전달이 제대로 되는 진정한 관계 요소가 적당하다.


 쌀 포대를 내려놓은 후 눈물이 촉촉한 아줌씨의 따뜻한 품내가 좋아서 넉넉한 하루를 짊어지고 집 방향으로 틀었다.


 가는 길에 ~ ~



 * 요새 인천시청역엔 시화전과 사진전을 부스 없이 오픈해놨다. 시에 눈길이 많이 가는 나는 명상처럼 발길이 머물게 한다. 가을 요맘때는 시청역사 안에서 창작 문화와 나와의 데이트가 오붓하게 되고 가을빛은 역사 안에도 뾰족하게 침범하여 지나가는 행인의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지나쳐가는 길에서 잘 익은 열매를 한 소쿠리 받아 가는 마음의 만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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