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오십대까지는 비가 오면 심취해지고 펜을 들었으며 창가의 불빛을 주시하고 가로등에 노란불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한쪽 턱을 괴었었다. 바로 글쓰기 들어갔었는데 이젠 촉촉한 비도 나를 흔들어 놓지 않아 비 오는 날의 수채화는 나오지 않는다. 세월의 강을 건너 사춘기 소녀처럼 들뜬 마음이 사그라든 것 같다. 그래서 찬비 흐느적거리는데 소녀가 돼보려고 밖을 한참 내다봤다.
그냥 그렇네. ᆢ
집 가는 길에 공원 쪽에서 음향 소리가 들린다. 크게는 아니지만 아, 맞다가 떠오르게 했다. 큰아이가 며칠 전 말해줬던 오늘이네. 인천시 지원으로 ‘푸를나이 버스킹’이 공연 중이었다. 이제 오디션이 막 끝난 이들은 유튜브 개인 방송도 하고 버스킹으로 돈도 벌며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기타리스트 김유정 씨의 라이브에 이어 두 번째 팀도 솔로 공연인데 이 동네 사춘기 애들이 입에 담지 못할 욕과 생수병을 내 쏟으며 내 앞과 무대 중간을 넘나들었다. 그들은 곧 자진으로 멈췄지만 무대의 팝페라 웨이브 가수가 눈을 아래로 향하고 체념하는 모습이 힘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 크게 박수를 쳐주었다.
4 팀 중 개인 두 명과 끝판에 ‘WIT’라는 5인조 아이돌이 참 열심히 해서 끝까지 남아 박수를 힘껏 쳐주었다. 비가 온 관계로 관중은 몆 안되고 매트가 깔린 바닥은 미끄러운데 노력하는 열성이 보여서 나올 때 5만원 비상금을 지나가던 리더 주머니에 넣어주니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다. 피부들이 젊음이라 매끈매끈 하다.
비 오는 날의 센치해짐은 지금 이 다섯 멤버가 보인 MZ 노래와 꺾기 춤이 나를 젊음으로 끌어냈다. 아! 왜 아줌씨들이 젊은 연예인을 찾고 청춘의 가수들을 보고 신나라 박수 치는지 알아차렸다. 기가 살아나고 칙칙한 하늘이 밝아진다. 나도 그랬다. 젊은이들의 라이브 공연은 기운이 살아나게 했다.
당분간 이곳에 산책 오면 이들의 운동화 냄새가 날 것 같다.
여기 오기 전 있었던 일
(1) 고객이 엊저녁 손수 담근 겉절이를 갖다주셨다. 정말 아주 맛있고 감사하다.
이 공연을 보러 오기 전 있었던 일
(2) corescience 작가님의 온전한 자비로 포항에서 과학마술전을 13시에 오픈하는데 이런 공연을 즐기는 내가 이번에 여건이 안 좋아서 참석을 못한 것
장거리여서 볼 수 없었다는 것
이 또한 즐김의 여유가 큰 추억과 학습이 되는 것인데 동네의 공연에서 젊은 음악인들한테 큰 도움을 줬다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이 들이 지금은 작지만 나중엔 크게 성대하리라.
내 작은아이의 초딩 때 짝했던 친구가 데이식스의 원필이로 대성공하듯이 (이 친구가 우리아일 엄청 좋아했었다. 지우개로 별명인 내 아이가 울고 왔던 일이 있었다. 반 애들이 샘하는 바람에 뭣 모르는 아이가 울어버렸다고 했다.) 이 들도 푸를나이 필명답게 푸르고 푸르게 올라 설거라 믿는다. 노래도 꽤 잘하더라고.
한 움큼의 응원을 해주었다.
초딩때 원필이를 봤다. 콘서트에 가봐야겠다. 오마나 내가 다 떨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