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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Nov 18. 20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희한하군

 컴컴해진 이른 밤 사위가 전화를 다 했다.

어머니 담번에 양평 해장국 먹으러 가요.”

서두로 큰애가 우는 가 보다. 내가 한 마디 내질렀다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로 자극을 받았으니 멀뚱한 지 신랑한테 으름을 놓아서 달래다가 내게 연락한 듯하다.


 할아버지 재진료 가야 하는데 카드 명의를 자기네 것으로 첨부터 사용한 터라 정산 겸 따라가야 하는 큰아이는 오늘따라 자가용을 써야 하는 사위한테 화를 던진 모양새다. 전철 탈거면 예약을 미루자고, 해병대 할아버지가 연기할 수 있겠어. 복용약도 삼 일 치였기에 다 떨어진 데다가 정산을 제때 받아야 하는 성미가 살아있는데. “그냥 전철 타고 갔다 오라, 시간도 남들 브런치 먹을 시간이야. 안 그러면 니 사기꾼이니 아쉬울 때만 연락하고. 아 맞다를 노상 입에 달고 살지.” 흐르륵 움직일 때 이따금 용돈도 쥐여주는 데 내 편의만 생각하는 큰아이 앞에다 송곳 같은 말을 뱉어냈다.


 사위랑 통화 때 그랬다.

뒤끝이 없어 나해는. 아쉬울 때만 연락해도.

작은아이가 그런다. 언니한테 미안하다고 하라고. - 그런데 나도 달래지 않았다. 전철 타고 가면 안 되냐고.


 다음날 점심시간 지나서 역시 뒤끝 없는 큰애가 전화했다. 그 병원 언덕길에서 미끄러져 뒤로 넘어졌는데 할아버질 붙드는 바람에 할아버지는 앞으로 넘어져서 손바닥이 까져 피가 쎄게 나왔다네.


 할아버지가 대일밴드 먼저 사자고 했는데 할머니네 약창고에 많다며 주머니에 있던 휴지로 피를 누르고 갔단다. 후시딘 발라 드리고 밴드 붙여드리니 병원비 하려고 준비 해놨던 백만 원 중 계산 마치고 남은 삼십만 원을 용돈으로 받았다며 씹씹한 목소리를 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넘어지게 했나 봐. 같이 넘어졌는데 할아버지만 손에서 피가 많이 났어.”


 막내 이모는 휴가여서 자고 있다나. 그래도 카드 정리를 해야 하니 병원길 동행할 수밖에.

안 그러면 내가 나서서 갔지.


 희한하네. 엄마 가신 마지막 날도 아버지 눈가가 어디다 긁혔는지 모르게 줄이 쫘악 있었거든.


 넘어지게 한 신발은 바닥이 닳지 않았어도 버리기로 했다. 담에 어디서 이 신발이 또 해코지할지 모르니. 미끄런 신발이 있다.


 * 큰아이가 좋아하는 짱구 그림. 어릴 때부터 성격도 짱구 같은데 미끄러지게 한 신발은 운동화였으며 이 슬리퍼보다 못한 신 이었다. *


 상처받았나 보다. 우리 딸 처음으로 내가 심한 말을 뱉어서. 이걸 보내주네. 이 아이도 시화전을 둘러보고서 점찍어 보내줬군.



          미안해, 사기꾼이란 말 취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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