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나온 후 아직 재취업을 하지 않은(아니 못한? 그냥 반반이라 해 두자.) 나의 최근 경제 활동이라 할 수 있는 건 주식과 당근마켓 두 가지다. 전문 투자가처럼 본업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생활비를 버는 것도 아니고, 당근마켓으로 생기는 돈이라야 그저 간식이나 사 먹을 수 있는 푼돈이지만, 어쨌거나 이 두 가지 활동이 나의 수입원이다.
주식을 처음 시작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직장 동료가 주식투자로 얼마를 벌었네 하는 소리를 듣고 나도 커피값이라도 벌어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그땐 주식 공부 같은 건 아예 생각도 안 했고 동료가 좋다고 하는 주식을 몇십만 원 정도 샀던 게 다였다. 그래서 정말 커피값을, 아니 치킨에 맥주까지 먹을 수 있는 소소하지만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고 무척 행복해했다. 그렇다고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걸 하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난 월급 들어오면 쓸 줄만 알았지 재테크엔 관심이 거의 없었다. 타고난 금수저도 아니고, 평생 회사 다니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자산 관리고 뭐고 경제 개념이 없었던 건지. 그래도 그 무관심(?) 덕분에 알지도 못하고 시작한 주식에 큰돈은 넣지 않았기에, 샀던 주식이 마구 떨어져 손절했을 때도 속이 엄청 쓰릴 정도로 손해를 보진 않았다. 그렇게 나의 첫 주식투자는 끝이 났었다.
그리고 퇴사 후 작년, 휴면 계좌가 된 주식 계좌를 풀고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이제껏 듣도 보도 못 했던 코로나 19라는 질병이 전 세계에 덮쳐 주식이 폭락하면서 많은 이들이 너도나도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일 때였다.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국민이 가진 주식거래 계좌 수가 5천만이 넘었다고 하니 이제는 전 국민 주식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하긴 재테크에 별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죄다 주식투자를 시작하며 주식 이야기가 공통의 관심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의 두 번째 주식투자는 퇴직금이라는 종잣돈이 있었기에 이전보다 금액이 커졌다. 원금 보장도 되지 않는 투자에 처음부터 목돈을 넣긴 어려웠지만, 실제 현금을 들고 가서 투자하는 게 아니라 핸드폰 터치 몇 번으로 주식을 사고팔다 보니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실제 돈이란 감각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예치금이 실물이 아닌 숫자로 느껴져 몇십, 몇백만 원어치의 주식을 망설임 없이 사고 있는 모습에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또 은행 예금으로는 1년을 두어도 나올 수 없는 수익이 주식에서는 하루 만에 나기도 하지만, 당장 팔아서 현금화를 하지 않는 이상 그 역시 숫자로만 존재하는 것 같아 돈을 벌었다는 실감이 막 나지는 않는다. 물론 그 숫자가 떨어질 때보다 오를 때 기분은 훨씬 좋지만. 또 폭락 장에서 끝도 없이 떨어지는 숫자에 속이 타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돈의 감각을 깨워 주는 것이 나에겐 당근마켓이다. 직접 물건을 들고 나가 거래하고 단돈 만 원짜리를 손에 쥐고 돌아올 때의 가벼운 발걸음이란. 주식 계좌에 몇십만 원이 오를 때보다 당근마켓으로 몇만 원이 손에 들어올 때 더 좋아하는 내 모습이 때로는 의아하기도 하다.
내겐 배당이나 투자 수익 같은 소득이 땀 흘려 일한 만큼의 성취감까진 주지 못하는 모양이다. 물론 주식도 전업 투자가 아니라 해도 열심히 공부하며 투자해야지 아무런 노력 없이 수익을 낼 수 없음을 안다. 또 중고 물건 파는 일이 대단히 땀 흘려 일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아닙니다만.
어쨌든 사람이 언제까지나 일해서 돈을 벌며 살 수는 없기에 불로소득의 중요성을 안다. 나도 직장에 다닐 땐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면 당장 때려치우고 놀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하지 않고 벌어들이는 소득으로만 사는 삶이 행복하기만 할까? 노력하고 힘들게 땀 흘려 일한 보수를 받아 보아야 돈의 소중한 가치를 알 수 있기에 노동을 통한 소득과 직접 일하지 않고 얻는 소득의 균형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불로소득의 기쁨 또한 더 커지지 않을는지.
그래서 오늘도 난 주식 앱과 당근마켓 앱 사이를 열심히 돌아다니는 중이다.
p.s 불로소득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 본 적은 없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