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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Nov 28. 2022

목표는 유동적이어야 한다.

어른들은 말했다. '시간이 순식간이네' , 옛말에도 시간은 10대는 시속 10, 20대는 시속 20.... 50대는 시속 50... 80대는 시속 80으로 흐른다. 40대가 되어보니 이제야 이 말의 뜻이 이해가 되었다. 엊그제 새해 첫 해돋이를 보러 산에 올라갔는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를 해야 할 달이 찾아왔다. 몇 안 남은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낙엽을 보고 있자니 올초에 계획하였던 것들이 떠오른다. 100일 확언 글쓰기부터 독서 100권 그리고 운동까지.... 늘 그렇지만 올초의 나의 다짐은 창대하고 찬란했다. 계획한 대로 척척 진행되어 목표를 달성할 것 같았다. 정말이지 좌절 따위는 '개나 줘버려'였다.  


나의 확언 글쓰기는 30일 만에 멈추었다. 독서는 20권 겨우 넘어섰다. 운동은 시작한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코로나, 허리 부상과 각종 자잘한 이벤트 덕분에 하는 날 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았다. 찬란했던 올초 나의 계획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비록 올초 계획했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개나 준 '좌절'은 다시 가져오진 않았다. 어찌 됐든 나는 내가 계획했던 것들은 모두 실행에 옮겼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작년보다 더 성장한 한 해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포기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너무 목표만 바라보고 있어서다. 올초 계획한 것에 단 한 시간이라도 실행했다면  비록 목표는 도달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충분히 작년보다 더 성장한 한 해가 되었다. 만약 내년에 다시 같은 목표를 계획했다면 이미 한번 실행한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목표는 실행을 했다면 도달을 못하더라도 실패는 아니다. 다만 너무 높은 목표에 기대만큼의 성과가 없다면 좌절할 수 있다. 그러니 목표는 현실 가능한 것으로 설정해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목표를 가져오거나 따라 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종종 나오는 100일 마법의 시간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쉽게 따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 시작한 우리의 100일과는 깊이와 각오가 틀리다. 


목표를 잡고 우리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속해있는 기존의 무리로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방해가 찾아온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그만큼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험난하다. 웬만한 각오 없이는 도달조차 하기 힘들다. 오늘의 목표와 내일의 목표가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목표는 언제나 유동적이어야 한다. 


2년 전 나는 푸시업을 시작했다. 1000개를 목표로 잡았다. 처음 하루 30개를 시작으로 100일이 지나 목표인 1000개를 도달했다. 그리고 이틀 후 허리 부상으로 두 달을 쉬었다. 다시 시작한 첫날 푸시업 100개로 잡았다. 이번에는 하루 500개로 목표를 낮추었다. 한 달이 지나자 목표를 달성하였다. 한 달간 유지하다가 목표를 700개로 높였다. 한번 부상으로 목표를 천천히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엘보에 부상이 왔다. 다시 한 달 보름의 휴식기간이 생겼다. 두 번의 부상으로 더 이상 푸시업은 하기 싫었다. 솔직히 어렵게 올린 푸시업 개수가 사라진다는 것에 할 마음이 없어졌다.

처음 내가 푸시업을 한 이유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하루 10분 푸시업을 해서 몸이 좋아진 사람을 보았다. '설마'라는 의심을 했지만 하루 10분이라면 얼마든지 해낼 자신이 있었다. 지금 나에게는 다른 계획이 필요했다. 더 이상 푸시업은 나의 목표가 아니었다. 


다음 목표를 잡은 건 달리기였다. 이역시 아는 지인이 달리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달리기는 처음부터 고강도로 시작하였다. 매일 걷던 산책길을 달렸는데, 하필 그 길이 산이었다. 정상까지 2km 정도 되었는데 처음에는 100m 뛰다 걸었다. 보름이 지나자 천천히 뛰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두 달이 지나자 두 번 정상을 찍을 수 있는 체력이 되었다. 이번에는 순탄하게 흘러갔다. 아무 부상 없이..... 말이다.

석 달 무렵 아무 생각 없이 비 오는 날 나는 달렸다. 그리고 발목을 접질렸다. 한 달을 쉬었다. 다시 목표를 바꾸고 이번에는 평지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평지 달리기는 산악 달리기 덕분인지  5km는 가볍게 뛰었다. 한 달 목표를 100km로 정하고 매일 체크하면서 뛰었다. 석 달 동안 총 315km를 뛰었고, 10km 미터 최고 기록은 51분 47초였다.


어느 날 달리는 도중에 처음 내가 설정한 목표가 생각났다. 단단하고 볼만한 몸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푸시업을 하고 달리기를 했다. 다음 목표는 헬스로 잡았다. 첫날 헬스를 등록할 때 개월의 함정에 빠질뻔했다. 1년 등록권과 3개월 등록권의 가격의 차이는 심했다. 하지만 이미 예전 경험 덕에 비싸도 3개월을 등록했고 PT도 같이 병행했다. 푸시업의 근력과 달리기의 근 지구력 덕분에 헬스를 적응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PT의 강도는 점점 세졌다. 근손실의 이유로 5개월 남짓 하던 달리기는 중단하였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유튜브에서 보던 100일의 기적은 내 몸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다 보니 100일의 기적은 이미 여러 번 경험한 몸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도 제법 나의 몸에 윤곽이 보였다. 나름 거울을 흘깃 볼 정도는 되었다. 이번에는 순탄하게 흘렀다. 저번처럼 부상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처음 목표를 삼았던 몸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너무 안도해서 일까? 순탄하게 흐르던 나에게 뜻밖에 방해가 찾아왔다. 당시 정부는 백신 접종자 이외는 헬스장 출입을 금한다고 하였다. 백신 장려정책 중 하나였다.  나는 백신의 부작용을 더 크게 생각한 터라 맞지 않았을 때였다. 더욱이 백신을 맞아도 2차까지 맞아야 하는데 한 달은 걸렸다. 그래도 헬스에 재미를 붙였던 터라 포기할 순 없었다. 예전에 부상으로 두 달의 쉰 적도 있어서 한 달 정도는 괜찮았다. 이것도 안일한 생각이었을까? 백신 1차를 맞고 2차를 맞았다. 1차는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2차는 평소 좋지 않은 허리로 후유증이 왔다. 결국 다시 한 달을 더 쉬었다. 

두 달이 쉬고 다시 시작한 첫날 나의 근력은 가벼이 들던 무게도 버거웠다. 흘깃 볼만한 몸도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 안에 보아야 할 만큼의 몸이 되어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머리에선 그동안 했던 강도 높은 PT의 고통이 주마등이 되어 흘러갔다. 이번에는 적당한 각오로는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나의 실망감은 컸다.


다시 헬스를 시작하고 두 번의 코로나에 걸렸다. 그리고 헬스장 변경하고 석 달이 지났다. 지금은 다시 허리 부상으로 일주일을 쉬고 있다. 근 2년 동안 몇 번을 겪은 터라 만성이 되어버려 이제는 '쉬는 것도 운동이다'라고 그러려니 생각한다. 나의 목표에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발생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니 2년 전의 몸과는 확연히 달라졌있다. 

앞으로 나의 목표에 어떤 방해가 올지 모른다. 그래서 나의 목표는 유동적이다. 조금씩 돌아 돌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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