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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희정 Apr 28. 2017

밖의 풍경까지 내 집인 이유

내 첫 독립을 이룬 곳, 프라하의 집 3

 '우리 집이 살기 좋은 곳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문장을 발견할 때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집 자체로도 좋지만 주변 풍경이 더해질 때 우리 집이 참 좋구나를 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문단과 행간 사이에서 눈에 쏙 들어오는 문장, 그 문장은 단 한 문장으로써도 내 마음에 들지만 문맥 안에서 빛이 났을 때 가치를 더 드러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프라하의 내 집은 혼자 살기에 더없이 좋았다. 높은 천장은 시원한 느낌을 줬고, 창문을 열어두면 조용한 골목 안 분위기가 그대로 내 집 안까지 들어왔다. 침실과 거실 겸 부엌이 구분되어 있는 점은 안락함과 쾌적함을 안겨줬다. 이런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땐 넓은 책상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낮부터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기도 했다. 레시피를 기억해두다가 나를 위한 상차림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프라하의 집 안뿐만이 아니라 집 밖도 큰 만족을 주었다. 안에 있을 때도 좋았지만 프라하의 집이 더 가치 있던 것은 주변의 풍경이 더했을 때다.



 근처 가까운 곳에 시립 도서관이 있었다. 나 같은 외국인에게도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걸어갈 만한 거리에 공원이 있었다. 현지인들이 주로 산책하는 곳을 걸을 때면 나도 현지인이 된 것 마냥 편안했었다. 아주 가까이, 골목 모퉁이만 돌면 갈 수 있는 근사한 카페가 있었다. 집에서 마셔도 될 커피를 굳이 카페까지 가서 마셨던 건 커피가 맛있기도 했지만 카페 안 소소한 소음이 정겨웠기 때문이다.


 10월 31일. 겨울 시즌을 앞두고 곧 문이 닫힐 정원을 산책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이쁘게 물든 낙엽 하나를 집어 들고 저물어가는 노을을 마음에 담았다. 그때 주웠던 단풍잎은 한동안 우리 집에 붙여뒀다. 그렇게 해서 집 밖와 안이 연결됐다. 그 단풍잎을 보고 10월의 마지막 날을 기억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확장된다.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갈 땐 내부로부터 채워진 의욕을 가지고 나간다면 밖에 있다가 안으로 갈 때는 외부로부터 받았던 자극을 안고 들어간다. 그 의욕으로 하루를 살다가 받은 자극으로 새로운 나를 꿈꾼다. 집 안에서, 집 밖에서 나는 자란다. 집의 안과 밖은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거주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삶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단 한 줄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문맥에 있을 때 빛을 발하던 나만의 문장처럼 프라하의 집은 독립된 공간으로도 훌륭하지만 근사함이 더해진 건 그 집 주변 풍경 덕분이었다. 프라하 그곳에 내가 살았다.




[내 첫 독립을 이룬 곳, 프라하의 집]

 1. 독립된 공간에서 자립의 시간을 얻는다는 것

 2. 소소한 발견, 소중한 발전이 있는 곳

 3. 밖의 풍경까지 내 집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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