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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남 Jul 12. 2022

30. 더위를 이기는 법

_이정치열以靜治熱

며칠째 폭염 특보가 발효 중이다.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고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본격적인 더위인 대서(大暑)는 다음 주 7월 23일 시작된다.)

 '오뉴월 더위에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옛날에도 더위는 대단했다. 그러면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옛날에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      


옛 사람들은 나름대로 지혜를 발휘해서 바람이 잘 통하는 모시나 삼베 옷을 입었다. 윗도리 안에는 등나무를 엮어 만든 '등거리'를 입어 옷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고, 밤에는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을 껴안고 잤다. 

부채는 쓰임새뿐만 아니라 부채에 쓰인 청량한 글 역시 더위를 잊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 가운데 “무더위는 혹독한 관리 떠나듯 물러가고, 맑은 바람이 정든 벗 찾아오듯 불어온다(大暑去酷吏, 淸風來故人)”는 두목(杜牧)의 시구가 유명하다.      


마음의 공부를 중시한 조선의 학자들은 더위가 양(陽)과 동(動)의 기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정(靜)의 상태를 유지할 때 무더위가 사라지는 음(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겼다. 

영.정조 때의 문신 채제공은 복잡한 정치 현실에서 잠시 물러나 노량진 강가에 집을 빌려 살았다. 고요함으로 다스리는 집'이라는 뜻의 '정치와(靜治窩)' 라는 편액을 내걸고 더위를 느끼지 않는 비방이 무엇인지 묻는 자에게 '고요함으로 열기를 다스린다'고 말했다. 

이산해는 <정명촌기>라는 글에서 '우물물을 흔들어놓으면 물이 더욱 탁해지니 이것은 차라리 흔들지 않고 절로 맑아지게 하는 것만 못하다. 이 모두는 고요함의 힘이 움직임을 제압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움직일수록 더위가 더해지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라고 권하는 것이다.     


선비들의 가장 흔한 피서법은 탁족(濯足)이었다. 계곡의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온몸이 서늘해진다. 탁족은 몸만 시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깨끗하게 씻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정의 <노옹탁족도>, 조영석의 <노승탁족도>, 최북과 이경윤의 <고사탁족도> 등 그림에서도 선비들의 탁족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경윤 <고사탁족도>


조영석 <노승탁족도>

다산 정약용이 더위를 이기는 여덟가지 방법 (소서팔사消暑八事)을 시로 지어 소개했는데 그 안에 탁족이 들어 있다. ①소나무 숲에서 활쏘기 ②홰나무 그늘에서 그네 타기 ③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④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⑤연못에 핀 연꽃 감상하기 ⑥숲에서 매미 소리 듣기 ⑦비오는 날 시 암송하기 ⑧달밤에 물에 발 담그기 등. 


또 다른 피서법은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이다. 선비들은 더위에도 의관을 정제하고 앉아 옛 선현들의 글을 읽으면서 더위를 잊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숙종 때 윤증(尹拯)은 '더위(暑)'라는 시에서 '구름은 아득히 멀리 있고 나뭇가지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누가 이 더위를 벗어날 수 있을까/ 더위 식힐 음식도, 피서 도구도 없으니/ 조용히 책을 읽는 게 제일이구나.'라고 독서를 최고의 피서로 쳤다. 

정조 임금도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책 읽기가 최고다. 책을 읽으면 몸이 치우치지 않고 마음의 중심이 선다. 그래서 바깥 기운(더위)이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라고 했다.     


조선 말기의 학자 이규경은 꽤 재미있는 피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매우 더운 날 얼음을 손바닥 가운데 두면 온몸이 시원해진다. 얼음을 두 젖꼭지 위에 올려놓고 부채질하면 시원한 바람이 쏴 불어 한기가 뱃속으로 스며든다’라고. 그 모습을 상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참고로 냉장고가 없는 옛날에 어떻게 얼음을 보관했을까? 우리 조상들은 무더위를 대비해 겨울에 강 등에서 얼음을 채취해 미리 얼음 창고인 빙고(氷庫)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썼다. 귀한 물품이었던 얼음을 다루는 창고는 나라에서 운영했는데, 한양에는 종묘 제사를 위한 동빙고, 신하와 어려운 백성을 위한 서빙고, 왕실 전용 얼음을 위한 내빙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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