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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Apr 01. 2024

하프마라톤 D-20, 부상 돌려 막기

하프 마라톤이 3주 남았다. 아무래도 당장 이번달에 완주는 무리였나 싶다. 러닝 마일리지가 200km도 안 되는 주제에 뭘 또 급하게 신청했을까. 그러나 이미 난 홀린 듯이 신청을 해 버렸다. 집 근처를 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내가 신청한 대회는 4월 21일에 열리는 JTBC 고양 마라톤으로 일산에서 열리는 마라톤은 처음이다. 고양체육관에서 시작해 경의중앙선과 3호선 라인을 따라 일산 시내를 크게 돌아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풀코스는 없고, 5km부터 10km, 하프 코스가 있는데 하프코스를 덜컥 신청해 버렸다. 잠실, 목동 등 서울 시내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 벽두부터 움직이다 지쳐버렸기에 너무도 잘 아는 집 앞을 뛸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3주 남은 이 시점은 한창 달리면서 몸을 만들어야 할 시기인데 이번주는 내처 그냥 걷고 말았다. 낮에도 꽤나 우중충하고 비도 찔끔 오는 것이 당장 나가 달릴 마음이 들지 않았고, 슬슬 또 무릎과 발바닥에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발바닥을 내딛을 때 통증이 느껴진 건 처음인데, 단기간에 러닝 마일리지를 쌓느라 무리하여 거리를 늘려갈 때 생긴다고 한다. 그러니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수밖에.


한동안 무릎이 아프더니 처음 발바닥에 통증을 느낀 때는 수요일이다. 연이은 야근으로 달리는 법을 까먹겠다 싶을 즈음에 회사 화장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근처 서울식물원을 한 바퀴 돌기 위해 나섰다. 절대 못 달리겠다 싶은 날에도 막상 달리다 보면 몸이 가볍게 느껴지기는 때가 종종 있으니까 이번에도 그럴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서. 평소에도 러닝크루나 러너들이 많은 서울 식물원은 한 바퀴 크게 돌면 4km 내외이다.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돌다 보니 주위 많은 러너들이 나를 제치고 앞으로 달려갔다. 항상 뛰기 시작할 때는 처음 뛰는 것처럼 힘들다. 그런데 또 뛰다 보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기차에서 창밖을 바라보듯이 그저 지나치는 풍경을 뒤로한 채 20미터 전방을 바라보며 발을 내딛는다. 오른 발바닥이 내딛을 때마다 아프다. 일부러 속도를 늦춰 천천히 뛰고 있는데도 왜 또 나는 아픈 건지 좀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


나에게만 어려워 보이는 일들이 있다. 남들도 어쩌면 힘든 과정을 거쳤을지도 모르지만 과정은 눈으로 볼 수 없다. 내가 보는 건 그저 결과다. 잘 뛰는 사람들을 보면 신체의 움직임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과도한 동작도 불필요한 동작도 없다. 무릎의 통증을 발견하고는 앞허벅지 스트레칭을 해줬는데, 발바닥이 아프면 뭘 해줘야 할지 찾아본다.


이번 발바닥 통증이 가라앉으면 또 다른 부위에 통증이 생길지도, 통증을 통해 알게 된 잘못된 습관을 바꾸기 위해 애쓸지도 모른다. 그래도 5분도 못 달리던 내가 30분, 1시간째 달리고 있으니까 내일도 조금은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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