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을 꿈꾸다

(질문) 너는 바깥 세상이 좋니?

by 글 쓰는 나그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김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중문에 바짝 붙어 고개 들고 쳐다보며 반갑다는 표현이 격하다. 누군지 확인한 후 더 애절하게 짖는다. 처음엔 찢어질 듯 화난 목소리로, 그다음엔 `왜 이제 왔느냐고 얼마나 기다렸는데`라는 간절한 눈빛이 담긴 목소리다. 한 번 반겨주고 안아주면 진정된다. 분리불안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잘 고쳐지지 않아 걱정이다.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여름`이다. 2016.7.1일생, 몰티즈.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며 가족회의를 했다. 다양한 이름 후보군을 올려놓고 투표를 한 결과 `여름'이로 결정되었다. 가족처럼 함께 하겠다는 의미에서 여 씨 성을 딴 이름이다. 그래서 우리 집 막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 첫째와 둘째를 낳고 한참 고민했다. 아이들 이름을 여름이라고 짓고 싶었었다. 성은 `여` 이름은 `름` 합해서 여름이라고 하면 아주 좋을 듯했는데, 마지막에 결국 접었다. 아이들이 모두 한 여름에 태어나, 성과 계절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외자이고 한자도 없었다. 나중에 혹시 놀림당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도 되었다. 그 이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여름이란 이름을 강력히 추천했다. 아이들은 친근감 가는 만화 캐릭터를 원했지만, 아버지의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해서 거의 강권 적으로 밀어붙인 결과 3:1로 확정되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계속 부르면 부를수록 친근감이 들어 좋다.


방 안에 있는 모습이 답답해 보여 "여름아 산책하러 가자!" 이 한마디에 꼬리 흔들며 뛰어온다. 목줄 있는 문을 향해 발길질을 수차례 하며 문 열어 달란다. 목줄을 채우고 곧바로 공원으로 향했다. 여전히 차만 타면 징징 된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하고 싶은지, 숨 쉴 여유가 없다. 이런 모습도 이제는 익숙하다. 소리 지리지도, 윽박 하지도 또한 타이르지도 않는다. 지를 테면 질러라. 맘껏! 목청껏! 차 안인데 이런들, 저런들 어찌하겠느냐. 나만 참으면 될 것을…….


세상 이치도 이와 비슷하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며 사는 삶에는 기쁨을 찾기가 어렵다. 여름이가 목청껏 외쳐도 내 길을 뚜벅뚜벅 가듯, 세상 삶도 잠깐의 불편함을 넘기면 더 나은 길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사건 사고 하나하나를 보며 세상이 너무 강퍅해졌음을 느끼게 된다. 여름이의 무한 반복 징징거림에 짜증과 화도 나지만 그 이면에 애정이 있으니 참을 만하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사람에 대한 애정만 조금씩 더 가진다면 세상도 살만하지 않을까? 무더위와 불볕더위 속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분들의 땀방울에 힘겨움과 짜증이 왜 없겠는가? 그 순간을 이겨 낼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버티고 견디는 것이다. 그 무기는 가족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책임감이 짜증도 화도 이기게 한다. 일순간의 짜증도 화도 잘 잊어야 한다. 그래서 기억하기보다 잊는 것이 더 중요한가 보다. 잊는 연습, 망각의 과정이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 것이다.


공원에 풀어놓으니 좋다며 이리저리 달린다. 달리는 것도 목줄의 범위가 한계치이지만 푸릇푸릇한 잔디가 좋은 가 보다. 맨 먼저 잔디와 인사를 나누며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 한껏 참았던 답답함을 맘껏 표출하듯 무척 찐하게 배출한다. 왼편의 집채만 한 굴착기 작업을 보고 중앙에서 앞서가다 길 가장자리로 붙었다. 덩치 큰 놈이 이리저리 흙을 나르니 무서운가 보다. 발걸음에 여유가 없이 한껏 빨라졌다. 밖으로 나오고는 싶고 나오면 두려운 것이 넘친다. 두려우면 답답한 공간이 그립다. 잠깐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네 삶도 참 고달프다. 전원주택으로 가지 않는 이상 아파트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으니 네가 감수해야 할 일이다.


여름이를 보며,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름이만 이 공간에서 가둠을 당할까? 보금자리라는 이름으로 스스로가 가두고 있지 않을까? 귀소본능을 가장 충실하게 지키는 동물이 인간이다. 때 되면 나가고 때 되면 들어오고를 매일 반복하며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강아지만 답답한 것이 아니라 나 또한 답답하다. 일상이라는 단어가 숨을 조이고 들어온다. 아침마다 눈 뜨고 일하려 출근하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데, 그 축복도 일상이 되면 감옥이 된다. 일상에서 벗어나듯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다. 공간의 제약만이 아니라 생각의 제약에서도 벗어나고 싶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되면, 도리어 위험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아마도 여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유도 귀소본능에 충실한 내가 답답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길을 함께 나서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제는, 길 밖의 다른 세상을 꿈꾼다. 그 꿈이 현실이 되기를 또 꿈꾼다. 이것도 무한 반복되며 일상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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