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도시의 미래
인터스텔라를 좋아합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를 보신적 있으신 가요? 워낙 국내에서 인기 있었던 영화이기도 하고 저자 또한 영화관에서만 3번 이상 본 최애 영화이기도 합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긴 힘들지만 미지의 우주와 미래에 대한 상상, 상대성이론 등 다소 복합한 과학적 요소들이 흥미롭게 다가온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를 보면 여러 행성을 찾아다니며 구조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한곳인 ‘밀러’ 는 바닷물로 이뤄진 행성입니다. 행성 전체가 물로 이뤄져서 처음엔 지구 이외의 유일한 H2O를 수급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믿고 착륙하지만 정작 이곳은 순수하게 물로만 이뤄져 오히려 인간이 거주할 수가 없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행성 전체 표면이 바다로 이뤄진 그곳을 보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먼 미래의 지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시선이 멈추는 지표면 끝이 온통 바닷물로 이뤄진다면 우리의 삶 또한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요?
오셔닉스(Oceanix)를 아시나요?
몇달 전인 2022년 4월, 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세계최초 해양도시를 부산에 건립한다는 기사였는데요. 이곳은 지속가능 도시발전을 만들어가는 유앤해비타트(UN HABITAT)와 해상도시 개발기업인 오셔닉스(OCEANIX)가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로 전세계 인구 30%(약24억명)가 기후변화로 침수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착안한 해상도시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비야르케 잉겔스가 이끄는 Big,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MIT해양공학센터 등이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기존에 알고 있는 바다를 매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를 수면위로 띄우는 ‘플로팅아일랜드’ 방식이 도입되며 2027년까지 착공하는 계획으로 2030년경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셔닉스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오셔닉스 부산은 육지와 다리로 연결한 3개의 부유식 플랫폼 총 3개로 구성이 되며 6.3ha 규모의 1.2만명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설계될 예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6.3ha면 63,000m2 , 약 1.9만평으로 남대문 시장의 바닥면적(62,948 m2)과 유사합니다.) 인근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영업 면적이 약 1.7만평(명품관 제외)인 것을 감안하면 왠만한 백화점 크기의 공간이 부산 앞바다에 생긴다는 것입니다.
바다 위에 인간이 원하는 크기와 용도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요?
환경 오염으로 지속적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대지 면적의 축소에 대안책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주요 도심이나 필수시설이 부족한 도시 인근에 필수 시설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몇차례 글로 써 내려갔던 도심 물류센터가 그 예가 될 수도 있겠으며 나아가 도심내 부족한 주거시설을 건설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기피하는 폐기물 처리시설이나 그 밖의 위험 시설 등을 해양에 건설할 수 있다면 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해당 기사를 보면서 저는 가장 먼저 떠오른 장소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강에 떠있는 ‘세빛섬’ 입니다. 종종 한강공원에 나들이나 운동을 하러 방문하면 볼 수 있는 멋진 건축물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그 활용성에 있어서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저자의 눈에는 한강에 있는 시각적으로 멋진 공간 중 하나였습니다. 또한 가끔 방문해 인근에서 진행되는 공연, 이벤트 등을 관람하기도 했고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구매해 한강의 조망과 세빛섬의 구조물이 이루는 조화를 함께 즐기곤 했습니다. 단순히 눈으로 즐기기만 했던 건축물 중 하나였던 세빛섬을 이번 기회로 조금 더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세빛섬에 관하여
서울시 반포동에 위치한 세빛섬은 한강위에 떠있는 구조물입니다. 물 위에 떠있는 부체 위에 건축물을 지은 형태이고 각 부체는 원치와이어와 계류체인이라는 장치를 통해 강 하부와 고정되어 물살에 흘러가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원치와이어가 부체를 인장력으로 잡아줘서 수심에 맡게끔 상부시설을 고정시켜주고 강 수면의 높낮이에 따라 계류체인을 늘리거나 줄이는 계류체인시스템을 활용해 극심한 장마 등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섬인 세빛섬을 어떻게 제작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일까요?
제작 과정을 보면 대지에서 상부시설의 근간이 되는 부체를 먼저 제작합니다. 그리고 부체위에 이용할 건축물의 골조를 세웁니다. 그런 다음 에어백공법이라는 공기를 넣은 에어백을 부체와 대지 사이에 배치해 구조체를 물가로 밀어 띄우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말 그대로 땅 위에서 섬을 만들어서 강, 바다로 띄우는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띄울 수 있는 물, 바다만 있다면 여건이 되는 선에서 다양한 구조체를 만들어 띄울 수 있게 됩니다.
인공섬의 부동산 가치는?
인공섬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다 보니 문득 궁금증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곳은 부동산으로서 가치가 있을까요? 주소는 명시되어 있지만 소위 부동산의 가치를 말하는 토지평당 00만원, 건축물의 가격 등은 어떤 식으로 책정할 수 있을까요?
먼저,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는 벨류맵, 디스코 사이트를 통해 세빛섬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어떠한 매매가격 정보를 알 수는 없었습니다. 당연히 서울시 소유의 공간이라 정보가 나오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세빛섬의 최대 주주는 효성그룹 계열사입니다.
총사업시 960억원이 든 세빛섬 사업은 ㈜플로섬이 부담했습니다. ㈜플로섬은 SJ공사 10%, 효성계열사인 진흥기업이 10% 그리고 효성에서 47% 지분으로 만든 회사입니다. 즉 57% 의 효성 지분으로 만들어진 ㈜플로섬은 사기업인셈인 것입니다. 10여년전 계획으로는 세빛섬의 초기 25년 운영 후 서울시에 기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상기의 부동산 매매, 거래 등의 이력이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플로팅아일랜드, 떠 있는 구조체가 부동산인지 혹은 배와 같은 선박인지에 대한 정의가 우선되야 합니다.
세빛섬의 경우 체인계류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부체의 이동성을 감안해 ‘선박’ 으로 인식 됩니다.
선박법 제26조(일부 적용 제외 선박) 조항을 살펴보면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은 제외한다’ 가 명시되어 있으므로 세빛섬과 같은 선박으로 규정된 플로팅아일랜드, 플로팅건축물은 선박법에 따라 인허가 등의 법률적 승인을 받아야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부시설의 경우 ‘부유식 해상구조물의 구조 및 설비 등에 관한 기준 제4조에서 볼 수 있듯 건축법, 소방 등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로 살펴보았을 때, 선박으로 인식된 세빛섬의 부동산 가치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세빛섬 건축 당시 서울시와 협의한 25년 사용 후 기부라는 조건을 감안하면 약960억원에 달하는 건축비를 어떻게 충당해야 될까요? 연간 38.4억, 월3.2억이라는 수익이 발생되어야 해당 투자금을 25년내 회수할 수 있게 됩니다. 세빛섬의 건축 연면적 10,346m2, 3,130평을 전용율 50%로 가정 후 계산하면 전용평당 약 20만원의 임대료를 받아야 됩니다. 물론 패션쇼, 웨딩, 이벤트 등의 행사 유치를 통해 기준으로 삼은 임대료보다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한강이라는 한정되고 특수한 공간에서 개발한 사업이라 자산의 인허가 및 매각 등에 있어서 많은 제약사항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상에 다양한 건축물을 짓고 소비자들의 방문 빈도를 높여 새로운 공간으로 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결국 공간이라는 것은 부동산과 연계 되어 있고 부동산적 수익이 뒷받침 되어야 지속성이 있기 때문에 세빛섬처럼 선박으로 인식이 된다면 부동산적 가치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지속 가능한 사업 또한 아니라고 판단되어 집니다. 그렇다면 ‘해상 도시 개발은 자산의 매각 차익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진행하면 안되는 사업일까요?’ 생각보다 다양한 사례, 예시들이 있고 개선할 수 있는 점들이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관련해서는 2부에서 더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