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씨와 선영대리, 그리고 겨울까지 셋이서 나온 점심식사 자리였다. 옆에서 있던 혜원 씨가 알은체를 했다.
아, 선영 대리님 잘 모르시겠구나, 겨울과장님 남편분 유럽에서 회사 다니고 계시잖아요. 그.. 이름이 뭐라고 했죠?
아, 진짜요? 어디예요?
남편이 외국에서 있다는 게 꽤나 특이한 일이어서인지 대화의 주제가 겨울에게 맞춰졌다.
아..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IT기업인데 말해도 아마 잘 모르실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하지 않아서..
이제껏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여러 번 이름을 말해봤었다.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회사라 그런지 이름을 말해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겨울은 어느샌가 이름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사람들이 관심가지는 건 알지도 못하는 회사 이름보다는 그나마 들어본 지명이었기 때문에, 묻지 않았는데 도시 이름을 이야기했다.
우와 스톡홀름이요? 부루마블에서 코펜하겐 옆에 있는 데잖아요. 정말 신기하다! 그렇게 멀리 계신 분을 어떻게 알고 만나신 게 된 거예요?
이름만 아는 도시. 겨울이 남편에게 스웨덴에 있는 회사에도 지원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알고 있던 건 딱 그만큼이었다. 부루마블에서 본 도시.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을 더한다면 북유럽 복지국가 정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유명한 곳도 아니고 사람들이 흔히 가는 나라도 아니었기에 그야말로 미지의 나라였다.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건 아니고, 원래는 한국에서 일하다가 3년 전에 그쪽으로 이직했어요.
맞다, 과장님 남편분 신입 연수 때 만나셨데요! 그래서 저 신입연수 갈 때 은근 기대했었잖아요.
혜원이 생각난 듯이 말했다.
오, 대박! 신입 연수 때 만나서 결혼까지 하신 거예요?
선영 대리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요즘은 신입 사원 합숙 교육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겨울이 다니는 회사는 2주일씩 합숙교육을 하고 있었다. 선영대리도, 혜원 씨도 모두 경험해 본 터라 더 신기한가 보다.
네, 그냥 그때 만나서 알고 지내다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굳이 자세한 얘기를 하고 싶진 않아서 겨울은 적당히 대꾸했다.
와, 그렇게 결혼하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너무 신기해요. 근데 남편분 능력자시다. 어떻게 여기에서 스웨덴으로 다 이직을 하셨데요?
한국 대기업에서 해외 이직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미국도 아니고 유럽에서도 영국도 아니고 스웨덴이라니. 신기할 만도 했다.
원래 컴퓨터 프로그래머인데 아무래도 원래 회사는 제품 만드는 게 더 위주잖아요. 그래서 IT회사 쪽으로 가고 싶어 했어요. 근데 어차피 이직할 거면 미국 쪽으로 해보자 했는데 아무래도 그쪽은 비자 때문에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유럽 쪽으로 눈을 돌려서 여기저기 썼는데, 어쩌다 보니 스웨덴에 있는 회사에 합격했네요.
꼭 스웨덴이어야 했던 건 아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였고. 근데 어쩌다 보니 합격 소식을 들여준 게 스웨덴 회사였을 뿐이었다. 비록 겨울은 그 기업을 처음 들어봤지만, 선우 말에 따르면 그 회사가 업계에서 꽤 유명하단다. 그리고 스웨덴이면 나라가 선진국이기도 하니까 한번 살아보는 것도 괜찮아 볼 거 같았다.
근데 그러면 남편분은 한국은 언제 오세요? 스웨덴에서 계속 있으신 건 아니죠?
아니요, 계속 스웨덴에서 일하죠. 회사가 스웨덴에 있으니까.
어 그러면 어떻게 해요? 계속 떨어져 지내고 계신 거예요?
그게 문제였다. 선우는 스웨덴 회사로 이직을 했고, 겨울은 여전히 한국에서 회사를 다녀한다는 것이 말이다.
처음에 이직했을 때가 둘째 육아휴직 때라 첨에는 좀 있었어요. 근데, 막상 살아보니까 생각이랑은 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육아휴직 끝나고 복직했어요.
왜요? 저 같으면 그냥 회사 그만두고 갔을 거 같은데. 거기 좋지 않아요? 막 유럽은 한 달씩 휴가 가고 그런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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