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일 선영 대리님 우리 팀으로 출근하시게 되었어요. 근데 제가 오전에 회의 때문에 자리를 비울 것 같네요. 혜원 씨가 선영 대리님 앉을자리 좀 정리해 주시고, 정 과장님이 대략적인 업무소개 부탁드릴게요.
지난 연말, 팀원 한 명이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면서 결원이 생겼었다. 6개월 만에 데려올 만한 사람들을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사람을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상반기 동안은 이동한 팀원의 업무를 팀원들끼리 나눠서 하느라 다들 정신없었는데, 이제 숨통이 트이리라. 물론 당장은 업무를 가르쳐주느라 더 바쁘겠지만 말이다.
선영 대리는 A유통 담당 영업팀에서 겨울의 브랜드 담당자였다.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해서 여러 팀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같이 외근 나갈 때 슬쩍 떠보면, 아직 다른 팀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답하곤 했다. 업무를 바꾸는 게 부담스러웠던 듯했다. 하지만, 워낙 겨울의 팀과 잘 지내고 있어서인지 겨울의 팀에 결원이 생기면서 직접적으로 저희 팀으로 오실래요?라고 물어보니 훨씬 긍정적이었다. 아무래도 담당 브랜드 팀으로 가는 거니까 브랜드도 익숙하고 아는 사람들 많으니 훨씬 나을 것 같았나 보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팀장이 영업 팀장과 적극적으로 말해서 한 팀이 되게 되었다. 사실 영업팀과 브랜드팀은 성격이 많이 달라서 초반에는 다들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선영 대리는 화장품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친구라서 금방 적응하리라.. 하고 겨울은 생각했다.
선영 대리가 새로 팀에 합류하자, 각자도생이던 점심시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겨울이 있는 브랜드팀은 재무, 회계, 법무팀 등과 함께 본사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선영 대리가 원래 근무하던 곳 차로 15분이나 떨어진 다른 건물이었다. 아무래도 낯선 곳일 테니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같이 점심을 먹어주기 시작했다. 서로도 알 겸.
새로운 사람은 기존 인원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진 것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건 비단 업무뿐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런저런 것을 묻기 시작하니 말이다.
어디에 사세요? 원래 고향은 어디세요? 전공이 뭐 하셨어요? 이 회사는 어떻게 해서 들어오게 되셨어요? 형제관계는 어떻게 되셨어요? 결혼하셨어요? 아이들은 있으세요?
그 과정에서 이미 잘 알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팀원들에게 몰랐던 이야기들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 건 겨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물어보지 않아서 굳이 하지 않았던 겨울의 신상에 관한 일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