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유럽은 한 달씩 휴가를 간다는데..

유예기간 8

by 노랑연두 Feb 04. 2025

스톡홀름의 여름은 딱 한국의 가을 날씨 같았다. 해가 좋아서 낮에는 땀이 조금 나지만 바람이 선선해서 그늘로 가면 선선한 그런 날씨.  최고 온도가 30도까지 올라가는 날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24도만 넘어가면 다들 덥다고 난리이니 참 신기했다.


비가 하늘이 뚫린 듯 비가 내려서 바지가 다 젖거나,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룩주룩 나는 한국의 여름을 생각하면 너무나 쾌적했다. 기온이 높지 않으니 모기도 흔치 않은 건 보너스 카드 같은 혜택이었다.  모기가 물리면 퉁퉁 부어올라 알레르기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겨울의 두 아이들에겐 더 특별했다.


스톡홀름은 수십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물의 도시이다. 가장  번화한 거리에서도 1km만 가면 물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수질 개선에 힘쓴 덕분에 수영을 할만한 해변들도 많아졌다. 고작 20도 안팎을 왔다 갔다 하는 날씨라 한국 같으면 야외수영은 꿈에도 안 꿀텐데, 여기선 햇빛이 쨍쨍한 날씨면 해변에 수영복을 입은 채 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된 뒤 아이들이 돌봄 교실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겨울은 오전에는 스웨덴어를 마치고 집에 가 점심 먹고는 간식을 챙겨서 아이들을 데리러 나섰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방학 때 아이들을 늦게까지 있게 하는 건 좀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일찍 픽업을 하면 집에 가는 대신 놀이터나 야외수영장으로 직행했다. 아이들은 어느새 날씨에 적응이 되었는지 북유럽 아이들처럼 수영을 했다. 비록 물밖으로 나오면 비치타월을 둥둥 감은채 오들오들 떨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학교에 최대한 보내더라도 7월 초부터 8월 초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해야했다. “유럽은 한달씩 휴가를 가더라”의 한달이 바로 이 한 달이었다는 걸 여기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휴가기간이래도 공공기관이나 대중교통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스웨덴은 평등하게 휴가를 누리는듯 했다. 7월이 되자 안그래도 느린 관공서의 업무속도는 두배로 느려지고, 5분에 1대씩 오던 버스도 10분에 한대 또는 20분에 1대로 줄어든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 그게 한국만큼 불편한 느낌은 아니라는 게 신기했다. 많은이들이 휴가를 가기도 했고, 바쁠 게 없는 계절이었기 때문이다. 해가 나면 모두들 빛나는 날씨를 즐기러 공원과 해변가에 나와 여유를 즐겼다.




선우의 여름휴가도 시작되었다. 여기만큼 쾌적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없다지만, 긴긴 여름방학이 아니면 또 언제 여행을 간단 말인가. 그리고 이미 한 달 이상을 매일 하굣길에  놀러 다닌 터였다.


“너무 더울까?”

“어딜 가든 여기보다 덥겠지. 그래도 계속 여기에만 있으면 지겹잖아.”

한국에선 열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와서도 즐기는 유럽이 아닌가? 1시간, 2시간만 비행기를 타면 갈 수 있는데 돌아다니지 않는 건 직무유기 같기도 했다. 관광과 휴양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스페인으로 가기로 했다.  6월 말은 좀 덜 덥길 기대를 하며 일정을 잡았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비행기는 저가항공을 탄 탓인지 하차하여 버스에 탑승하라고 안내했다. 입고 온 잠바는 이미 벗어 팔에 걸었지만, 이글거리는 날씨 탓에 이마에 습기가 차기 시작했고 정수리가 타는 듯 뜨거워졌다. 공항건물까지 가는 5분 동안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다닥다닥 붙은 사람들 사이에 가득한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짐을 찾아 공항철도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첫 며칠은 오로지 관광이었다. 볼 게 많았지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가끔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면 이대로 주저앉아있고 싶어졌다.


”아이스크림은 하루에 한 번만 먹는 거야, 더 많이 먹으면 배 아파서 안 돼.”


한국 나이로 8살인 선우가 처음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부터 늘 해왔던 말이었다. 물을 흠뻑 뿌려도 10분이면 마르는 날씨 탓에 그 규칙은 무너졌다. 선우와 겨울은 부지런히 아이들 입에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넣어줬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겠다고 말할 때 한숨을 쉬며 입을 삐쭉거리긴 해도 안 가겠다고 버티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사진을 남겼으니 나중에 스페인 여행 영상 볼 때, ”저기 갔던 데잖아. “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바르셀로나 FC의 홈구장인 캄프 누에서는 선우가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했다. 평소라면 찍어준다고 해도 됐다고 했던 사람이 눈을 반짝거리며 돌아다니며 사진을 남기는 모습을 보니 겨울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전 15화 불안한 평온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