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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Nov 08. 2024

독일 사람들은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할까?

feat. 남다른 탈의실 문화

독일 수영장을 한 달 다녀보았다



지난달부터 독일 수영장 회원권을 끊었다. 논문 마감까지 한 달 반 정도 남은 요즘, 나는 온전히 논문 쓰기, 수영, 가끔 가는 알바, 이 세 가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요리할 시간을 줄이려고 밥은 학생식당에서 주로 먹고,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도 대폭 줄였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운동을 하지 않고 책상에 오래 앉아있기만 하면 99.9% 몸 어딘가가 아프기 때문에 운동은 소소하게라도 꾸준히 해오고 있었지만, 수영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 겨우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안에도 팍팍 느껴졌던 한국과 독일 수영장의 문화 차이가 꽤 있었기에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수영하기 전 샤워’이다. 


'수영하기 전 샤워‘에 대한 말은 한국에서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잠깐 수영장을 갔을 때도 매너 있는 수린이가 되기 위해 뽀득뽀득 깨끗이 씻고 들어갔었다. 종종 ‘샤워를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두 번씩 하면 피부에 안 좋지는 않을까? 성분이 순한 샴푸로 바꿔야 하나?‘ 고민하곤 했는데 그 고민은 몇 주 지나지 않아 필요 없어졌다. 여기서 수영장을 3군데를 번갈아가면서 다녀본 결과, 3군데 모두 수영하기 전에 풀샤워를 하고 들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몰랐다. 처음 한동안은 나 혼자 열심히 샤워를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봐도 지금 막 수영장에 온 사람인데 (머리카락이 완전히 말라 있었다) 수모 없이 수영복만 입은 채로 샤워실에 들어와서 2초인가 3초인가 샤워기 물아래 서있다가 바로 떠나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그때부터였다. 조금씩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한 게. 


다닌 게 한 달이라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결론으로는 수영하기 전에 거품 샤워를 하고 들어가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물로 씻는 건 한다. 진짜 간혹 앞에 우연히 봤던 사람처럼 그냥 물 묻히는 척만 하고 들어가는 사람은 두 번 정도 본 것 같다. 


이쯤 되면 궁금해질 만하다. 독일에서는 수영 전에 샤워하라는 문화가 아닌가? 아니다. 구글에 검색해 봐도 대부분 나오는 인터넷 정보는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하라고 나온다. 실제 실천 여부는 별개인 것 같지만. 어떤 수영장은 아예 집에서부터 수영복을 입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대로 도착해서 옷만 벗고 샤워실로 가 물샤워를 하고 수영하러 가는 식이다. 




두 번째는 ‘수모 착용 여부’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실내 수영장이라면 모두가 수모를 쓰지만, 여기서는 수모를 안 쓴 사람들을 자주 본다. 물론 헤드업 평영을 기본으로 하는 독일 성인들이 많아서 머리를 넣지 않아서 그런가 -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수모 안 쓰고 머리를 물속에 담그면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셋째는 다양한 수영복 스타일이다. 


수영장마다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 비키니나 레이스가 있는 수영복을 제한하는 한국 수영장과는 달리 독일에는 딱히 그런 규정이 없어 보였다. 물론 대부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타이트한 원피스형 수영복을 입긴 하지만, 알스터 수영장처럼 규모가 아주 큰 경우에는 더 다양한 사람이 와서 그런지 비키니를 입고 수영하는 여자분이나 타이트한 수영 팬티가 아니라 펑퍼짐한 반바지 같은 걸 입고 수영하는 남자분을 더러 보았다. 




넷째, 모호한 탈의실의 경계선이다.


내가 다닌 수영장의 탈의실은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하나는 알스터 수영장의 케이스로 여기는 남녀가 탈의실을 같이 쓴다. 그 대신 혼자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칸막이 공간이 넉넉해서 옷은 칸막이로 가려진 공간 안에서 갈아입고 나온다. 근데 이 칸막이가 위아래가 다 뚫린 구조라서 칸막이 아래나 위에서 카메라가 넘어올까 봐 걱정을 한 번쯤은 해 봤을 한국인 여성 입장에서는 처음에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몇 년 전에 독일 헬스장을 다니면서 느꼈던 문화 차이 중에 나체에 대한 독일인들의 자유로운 가치관을 공유한 적이 있었다. 예를 들면, 사우나에 남녀가 함께 들어가는 문화나 아니면 누드 비치, 누드 공원, 혹은 수영장에서도 요즘은 누구든 상의 탈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도 적용되고 있다. 물론 여기도 자신의 몸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살짝 개방된 느낌이다. 아무리 칸막이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다고는 해도 샤워실에서 옷까지 입고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샤워를 하고 난 후 타월을 몸에 두르고 공용 공간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데 이런 모습까지 서로 다른 타인인 이성 간에도 공유한다는 게 처음에 좀 많이 어색했다. 어떤 남자는 칸막이 탈의실에 가는 게 귀찮았는지 그냥 적당히 수건으로 앞만 가리고 사물함 앞에서 (꽤 오래) 서계셔서 내 사물함 쪽으로 가다가 의도치 않게 그분의 뒤태를 보고야 만 적도 있었다. 아마 본인은 그 정도는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일 게다. 


알스터 외의 다른 수영장 두 곳은 적어도 남녀 탈의 공간이 ‘분리’는 되어있다. 그런데 벽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고, 한 방 안에 칸막이와 사물함만으로 나뉘어 있다. 커다란 방이 있다고 치면 절반은 남자 탈의 공간, 절반은 여자 탈의 공간, 이런 식이다. 벽이나 문이 없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틈새로 누군가를 훔쳐볼 수도 있겠지만, 그 마음을 먹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이렇게 해놨겠지 싶다. 그래서 처음 갔을 때는 다 비슷하게 생긴 데다 표지판을 못 봐서 하마터면 남자 탈의실로 들어갈 뻔했더랬다.


그마저도 어떤 곳은 넉넉한 탈의실 칸막이 공간이 있고, 어떤 곳은 없다. 그래도 입구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곳이 남자 탈의 공간, 더 안쪽이 여자 탈의 공간이라는 점은 나름의 배려인 것 같았다. 어떤 수영장은 심지어 샤워실 입구가 수영장까지 나가야 들어갈 수 있어서 몸에 타월만 감은 채로 수영하는 사람들 앞을 지나가야 하는 곳도 있다. 같은 도시에 있는, 같은 회사가 관리하는 수영장 세 군데만 비교해 본 건데도 이렇게 다양하다.





이제는 적응이 되어 샤워 안 하고 들어가는 사람들 보고도 스트레스받지도 않고, 탈의실에 가서 옷도 척척 잘 갈아입는다. 아, 그래도 아직은 찝찝해서 가능한 수영은 아침 수영을 선호하고 있다. 저녁 수영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조금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커버 이미지 출처: 사진: UnsplashBrian Matangelo

**수영장 내부 촬영 금지라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다음에 외부 사진 찍어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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