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일만 단편선 #15
병칠이가 팔칠이에게 물었다.
“너네 회사는 회식 때 주로 어디가냐?”
“고기. 회. 중국집. 너넨?”
“고기. 회. 중국집. 그게 다 아니냐?”
“맞네.”
“맞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병칠이가 다시 물었다.
“회식 재밌냐?”
“아니. 노잼이야. 왜냐면 본부장만 말을 하거든. 말을 안 쉬고 계속해. 미친 사람 같아. 입에 모터 달았어. 너네는 어떤데?”
“우리 실장 말야? 듀얼 모터지.”
“미쳤네.”
“미쳤지.”
“왜들 그러는 걸까? 권력 과시? 외로움?”
“설마, 어디서 교육이라도 받는 거 아니겠지?”
“무슨 교육?”
“젊은 애들이 당신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똑똑하다. 밀리지 않으려면 말빨로 조져라. 말할 기회를 아예 주지 마라! 이런 고위직 교육.”
“개 웃기네.”
“개 웃기지.”
둘은 개 웃긴다는 표정을 하고 건배를 했다.
같은 시간, 모처에서는 교육이 열리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중년 여성이 눈을 반짝이며 연설하는 중이었다.
“그런 이유로… 더 말을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사람 말 듣지 말고, 혼자만 계속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렇게 도파민, 세로토닌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우리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중년층의 정신건강을 위해 비공개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