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꽃을 보러 온다’. 누군가의 트윗에 수백 개의 답글이 달렸다. 모두 자신들이 찍은 꽃 사진들이다. 불과 며칠 전인 듯한데 이미 벚꽃과 목련이 바람에 난분분하다.
‘봄’이라는 이 일음절의 단어는 그 자체로 완벽한 언어다. ‘봄’의 ‘ㅁ’은 입을 꼭 다문 모습이나, 곧 그 터질 듯한 관능을 주체하지 못해 공기 속에 정충을 토해낸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 꽃 냄새가 천지에 가득하다. 봄은 누추한 삶의 환幻이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봄’은 오는 것이고 ‘봄날’은 가는 것이다. 봄과 봄날 사이는 한 계절 치고는 지나치게 짧아서 오는가 싶으면 가고, 가는가 싶으면 벌써 저만치 줄행랑을 친다. 꽃을 보러 봄이 오지만, 꽃이 지면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도 역시 짧은 한 철의 사랑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남자가 여자에게 묻는다. 이 찌질한 사내는 평등한 사랑, 변치 않는 사랑을 믿은 모양이다. 상투적인 통속성을 통해서만 세속의 사랑은 불멸할 뿐, 모든 사랑은 결국 봄날 한철의 짝사랑이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봄날에 베인 사랑의 상처가 지난날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니, 저 몽유하는 벚꽃의 착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울어도 웃어도 봄날은 가는데, 이 봄이 가면 누가 손을 내밀어 내 신열의 이마를 짚어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