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해 준비했다
"아가, 이거 맛 좀 봐라. 산다고 샀는데 나는 맛을 볼 줄 모르니 네가 한 번 봐라."
시댁에 가면 어머니께선 항상 수제만두와 더불어 집밥을 해주시는데 집밥에 함께 내놓으시는 게 있으니, 바로 김치다(나의 시댁은 중국이다). 우리가 중국에 갈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김치를 준비해두신다. 혹시 며느리가 중국 음식이 입에 안 맞을까 봐 가까운 가게에 들러 사신다고 한다. 시부모님께서는 한국에 와보셨으나 모든 음식, 특히 김치 종류를 다 드셔보신 건 아니라 어떤 김치가 맛있는지, 또 내가 무슨 김치를 좋아하는지 모르셔서 그냥 종류별로 다 사신다고 한다.
나는 한국인 중에서도 김치를 좋아하고 잘 먹지만, 사실 없으면 없는 대로 곧잘 식사를 하고, 해외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현지식을 먹는 게 익숙해서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막상 중국까지 가서 식탁 위에 올려진 김치를 보니 정말 반갑고 어머니의 세심함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김치'라고 정확히 발음해주시는 것도 좋았다 (은근히 이런 것에 민감하다).
어머니께서 주신 김치는 (당연히) 중국산이겠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반찬가게라 그런지 단맛이 좀 강한 것 빼고는 제법 먹을만했다.
나는 여태 20개국이 넘는 나라를 다니며 물갈이나 음식으로 배탈 난 적은 없지만, 사실 다른 나라보다 중국은 결혼 전까지만 해도 방문할 때마다 걱정이었다. 땅덩이가 넓고 사람이 많은 만큼 음식의 종류나 위생상태도 워낙 다양해서, 잘못 먹으면 병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족이 생기고 난 지금은 중국을 가도 현지에서 먹는 음식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시부모님은 식당 상태가 별로거나 위생에 문제가 있어 보이면 아예 발도 안 들여놓으시고, 우리가 가려고 해도 못 가게 만류하시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법 한 식당은 자동 필터링 된다.
내 눈에 지저분해 보이는 곳은 현지인인 시부모님 눈에도 비슷하게 보인다는 사실에 나름 안도가 되기도 했다.
내년 설에 시댁에 가면 어머님께서 어떤 김치를 주실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