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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집에 가기 전 식사를 하세요

by 가을밤

독일에 살다 보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에피소드가 있다.


"남자친구 부모님께 초대받았는데 더치페이를 했다"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줬는데 우리는 샐러드랑 치즈만 먹고 왔다"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식사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푸대접을 받고 왔다는 이야기다.




독일의 초대문화는 한국인 입장에서 매우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내 에피소드를 풀어보면, 남편의 직장 동료가 자기 집에서 "점심을 먹자"며 초대한 적이 있다. 빈손으로 가기 뭐 하니 우리는 그 집 아이들이 먹을 케이크를 사고, 두 가지 한식 요리를 해갔다. 그런데 그 집에 도착하고,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딱 커피 한잔 주고(그것도 우리가 내렸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너무 배고픈 나머지 우리가 슬쩍 운을 띄우자 그제야 "그릴을 하겠다"며 준비를 했다. 잠시 후 소시지 2개, 차가운 시판 감자 샐러드, 케첩을 가져왔다. 성인 4명과 초등학생 남자아이 2명이 둘러앉아 내온 음식은 그게 전부였다. 우리가 가져온 음식마저 없었다면 식탁은 아마 넓은 바다에 점찍은 듯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초대한 직장 동료와 그의 아내는 우리가 가져온 음식을 바닥까지 긁어먹었고 우리는 집에 돌아와서 결국 밥을 다시 해 먹어야 했다.


두 번째 에피소드. 독일인 친구 부모님께서 식사에 초대한 적이 있다. 음식을 가져갈 거냐고 여쭤보니 먹을 게 많다며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라고 하셔서 나는 꽃다발과 와인 한 병을 들고 갔다. 그리고 나온 메뉴는 '따뜻한 소시지빵'이었다. 베이커리에 가면 약 3000원에 파는 그런 소시지빵이 데워진 모습이라고 상상하면 딱 맞다. 두 개를 먹으니 너무 물리고 느끼했고, 샐러드 같은 채소로 입가심을 하고 싶었으나 다른 음식은 아무것도 없었다. 초대받은 입장이었던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의 메뉴는 절대 식사가 아닌, 가벼운 간식 수준이었다.




음식문화가 다르니 소시지나 소시지빵 같은 메뉴가 나온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손님을 대접하는' 의미마저 우리와 이렇게 다른 줄 미처 몰랐던 것이다. 혹자의 말에 따르면 '자주 왕래하는 친한 사이인데 거한 대접을 하는 건 지나치다'는 뜻이라는데, 만약 정말 그랬다면 이전부터 아주 자주 왕래했거나 아니면 이미 여러 번 초대를 했었어야지, 첫 초대부터 그랬다는 건 솔직히 그냥 푸대접이었다. 또한 그런 논리라면 누가, 언제, 몇 번이고 가도 융숭하게 대접하는 나라 혹은 사람들은 뭐 앞으로 다시는 안 볼 사이라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주는 건가?


대단한 대접을 바라는 게 아니라, 독일의 초대 마인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몇 번 스토리에 독일의 낮은 서비스 퀄리티에 관해 다뤘었는데, 초대문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즉, 사회 전반 서비스에서부터 개인의 대접문화까지, 아시아인인 내 눈에는 굉장히 야박하고 인정머리 없어 보인다.


보통 한국분이나 다른 아시아 지인들의 초대에 가면, 준비해 간 선물이 아까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다음엔 나도 꼭 초대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반면, 독일인 초대에 갔다 오면 선물이 아깝거나 초대는커녕 연락을 끊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도 있다. 여러 경험을 거치며 내가 터득한 방법은 - 절대로 더 준비하지 말기 - 다. 상대가 3을 대접하면 나도 3만큼, 반대로 내가 처음 초대하면 상대방에게 돌려받을 기대를 하지 않을 딱 그 정도까지만 준비하는 거다. 그게 그들의 초대방식에 부응하면서 실망하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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