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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직장 병가의 모든 것

병가에 관한 A to Z

by 가을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아파서 출근준비가 어렵다.

출근은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몸이 안 좋아진다.

최근 심리적 문제로 업무를 하기가 어렵다.


독일 직장에서는 이처럼 신체적 정신적으로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arbeitsunfähig: 업무불가)고 판단되면 병가를 낼 수 있으며, 판단의 주체는 '직원 본인'이다. 본인이 자기 몸상태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의사가 아닌 다른 어떤 누구도 직원의 몸상태를 판단하여 병가를 거절할 권리는 없다.


주의: 독일 내 한국회사에서는 상사가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독일 근로계약서를 썼다면 당신은 독일 직원과 같은 입장이며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아파 출근준비가 어렵다

출근 혹은 업무시작 전이라면 곧바로 메일, 전화, 메신저 혹은 문자로 매니저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Krankmeldung(병가 알림)이라고 한다. 근무시간이 시작됐음에도 알리지 않고 병원에 가면 무단결근이 될 수 있다. 가장 정석인 방법은 받는 사람에 매니저, 팀 총무(admin)를, 참조에 함께 일하는 동료를 넣어 메일을 쓰는 것이다.


메일은 구구절절 쓸 필요 없다. "오늘 몸이 안 좋으니 (날짜)부터 (날짜)까지 병가를 낼 예정입니다"라는 메시지만 전달하면 된다. 통상적으로 주말포함 병가 3일까지는 의사의 진단서 없이 알리기만 하면 된다. 4일째부터 제출해야 하는 진단서의 명칭은 Arbeitsunfähigkeitsbescheinigung(근무불가 증명서)이며, 매니저+총무+인사과에 전달한다. 또한, 매니저가 병명을 묻더라도 말해줄 의무는 없다. 의사의 진단서에도 고용주에게 제출하는 서류에는 진단명이 적혀있지 않다.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 출근은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몸이 안 좋아진다

출근은 정상적으로 했지만 점점 몸이 안 좋아져서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도 병가를 쓸 수 있다. 이 경우 근무한 시간을 처리하는 방법은 회사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근무하고 오후 병가를 썼다면 반일근무로 인정되어 그날은 1/2일 병가로 처리하는 곳이 있는 반면, 현재 내가 재직 중인 회사의 경우 3시간은 다른 날 근무시간에 넣고 병가를 쓴 날은 전일 병가처리 된다. 즉, 3시간을 양도받은 날은 3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된다.


# 심리적 문제로 업무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심리적 스트레스도 병가대상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어디까지나 업무 가/불가 판단은 본인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이전 직장에서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도 두어 차례 병가를 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정신적으로 지쳐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라고 말해주었다. 이 역시 3일 이상 지속되면 담당 주치의(Hausarzt)와 상담하고 진단서를 받아야 병가연장이 가능하다.


111257-800-0.jpg 의사의 업무불가 진단서. 총 3장이며 고용주에게 내는 서류엔 병명이 없다. (출처=Pejo stock.adobe.com)




# 병가 기간에 하면 안 되는 것

병가 중 꼼짝도 못 하고 침대에만 누워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라면 아무리 아파도 움직여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한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나 몸을 움직여야 낫는 질병이라면 밖에 나가는 게 회복에 도움 된다.


병가를 낸 직원은 원칙적으로 회복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 이외의 모든 행위가 가능하다. 마트에서 장보기, 산책하기, 가벼운 운동 심지어 친구를 만나는 것도 '회복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가능하다. 단, 오락행위에 대해서는 고용주와 직원의 의견이 갈릴 수 있으니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다리가 부러져서 병가 중인데 무리한 운동을 한다거나 번지점프를 하는 건 명백히 회복에 반하는 행위로, 회사가 알 경우 경고사유가 될 수 있다. 다른 문제이지만 병가를 내고 부업(경제활동 행위)을 하는 것 또한 명백한 불법이다.


# 병가 중인데 매니저가 연락할 경우

직원은 병가 중 회사에서 오는 연락을 받아줄 의무가 없다. 반대로 병가 중 업무금지 규정도 없으므로 가능한 선에서 일을 해도 된다. 대부분의 독일 매니저들은 병가 중인 직원에게 무리하여 연락하지 않는다. 팀 내에서 대체해 줄 직원을 찾거나 급한 문제가 아니라면 담당 직원이 복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다. 병가 중인 직원에게는 그 무엇보다 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 장기병가 중 급여지급

병가가 길어지면 최초 6주까지는 회사가 월급을 100% 지급한다. 6주 이상 길어지면 '병가수당(Krankgeld)'으로 전환되어 세전월급의 70%, 최대 90%를 보험사가 지불한다. 병가수당은 2023년 기준 하루 최대 116,38유로(약 162000원)이다. (자료=verbraucherzentrale)




한국 및 타국가들에 비해 독일은 병가에 있어 상당히 너그러운 편이다. 앞선 글에서도 다뤘듯 이를 악이용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직원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다. 직원은 어떠한 경우라도 병가 기간 동안 회복에 힘써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시 회사의 경고(쌓이면 해고통보가 된다)도 감수해야 한다.



제목 사진출처: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직접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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