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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조 Sep 15. 2020

독서 피크닉

아이의 관심을 사기 위한 엄마의 독서 마케팅

영국의 헤이 페스티벌에 관한 기사 읽은 적이 있다. 

화창한 날씨에 잔디밭에서 열리는 북페스티벌이었다. 가족끼리 소풍을 나온 듯 가족들이 잔디밭에 그대로 앉거나 누워 책을 읽었다. 서커스단의 텐트 같은 곳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나도 저런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시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여러 가지 독서 프로그램 중 “가족과 책 읽는 데이~”라는 행사를 하였다. 

나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는 독서 피크닉이라는 기획으로 기획서를 냈고  그 기획이 선택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 리스트를 짜서 책을 구입하고 아이들과 함께 읽고 가족 독서 매거진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다.

독서활동을 하기 위해 아이들, 아이들의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과 간식을 사서 화창한 날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그리 오래 독서에 집중은 못하고 금세 놀러 나갔지만 실내에서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결과물을 위해 독서 매거진을 만들어야 했다.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나의 제안에 아이들은 처음에는 번거롭게 왜 이런 걸 신청했냐고 투덜댔지만 역할을 분담해서 종이를 붙이고 그리고 자르고 하는 동안 아이들의 반응이 점점 진지해지고 자기가 맡은 부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독서에 관한 아이들의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니 나는 마무리를 잘해야 했다.
가상으로 만든 저자와의 카톡 대화, 4컷 웹툰, 그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요즘의 여행 블로그처럼 작성하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독후활동을 한 내용들로 3부의 미니 매거진을 만들었다.

자신이 맡은 부분 즉 매거진이다 보니 페이지를 채워야 했고 아이들 각자 무엇이든 만들어 내야 했다. 

아이들은 맡은 분량 책임졌고 분량의 알찬 콘텐츠를 완성하려고 고심하는 부분에서 이미 독후활동이 시작됐고  분명 배우는 바가 있었다.

우리 가족 북 매거진

또 한 가지 아이들을 위한 독서마케팅 방법으로 가까이 있는 도서관을 가족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이용하는 것이다. 나는 도서관을 가족끼리 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종종 봤는데 안타까운 것이 아이들이 도서관에 와서 학교 문제집이나 학습지를 풀고 엄마는 아이를 감시하듯 아이 옆에 앉아 책을 보는 것이다. 중, 고등학생들은 눈 앞에 닥친 시험 대비를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초등학생 가족들이 그러고 있는 것은 뭔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에게 도서관은 어떤 장소로 머릿속에 각인될까? 문제집 말고 훨씬 유익한 재미있는 책들이 사방에 둘러싸여 있는데 엄마가 조금 생각을 달리 하여야 할 부분이다.


독일에 있을 때 인상적인 것들 중에 하나가 동네마다 사랑방처럼 도시 구석구석 도서관이 많이 있었다. 

도시의 교통 불편한 구석진 자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시내 한 복판의 교회 광장이나 시장 옆 등 마을 주민들, 시민들이 오며 가며 들르기 좋게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하기 쉬운 곳에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남녀노소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책이 든 에코백을 들고 도서관을 드나들었고 도서관에는 음악 전문 악보부터 아이들 보드게임, 만화책까지 모두 대출이 되었다. 1인당 대출 권수는 제한이 없고 대여기간은 30일이었다. 

연체가 되면 약간의 연체료를 냈고 그 연체료는 그 도서관의 신간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 

오래되어 도서관 책꽂이로부터 분리된 책들은 구석의 책 벼룩시장에서 저렴한 값에 판매되었다. 

어린이 그림동화책은 책꽂이에 꼭 꽂아서 정리를 하는 게 아니라 작은 아이들의 손과 시선에 쉽게 닿을 수 있게 나무 박스에 담겨 바닥에 놓여 있었다. 아이들이 LP 판 고르듯이 신중하게 자신이 볼 책을 고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편한 소파나 빈백 같은 편한 앉을 것에 기대거나 또는 카펫이 깔린 바닥에 드러누워 독서 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도서관은 아이들이 유모차에 타고 다닐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항상 들르는 동네 놀이터다. 

방과 후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아이들의 여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편히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사교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였다. 

할머니들은 아이들을 상대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갖거나 영어 동화책도 읽어주고 티타임을 주최하여 아이들을 초대하는 둥 여러 연령대가 함께 어울려 지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었다. 


우리나라도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시설이 많이 좋아졌고 콘셉이 있는 독립서점, 아이들 친화적인 서점 그리고 대형 쇼핑몰에도 그 쇼핑몰의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콘셉으로 멋진 서점을 만드는 등 책을 사랑하는 공간이 많이 생겨났다.

번아웃되는 기분이 들거나 지쳤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도서관에 가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가히 가성비 최고의 여가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다행히 도서관이나 서점이 이제 책 만 읽는 장소가 아닌 책과 함께 여러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태어나고 있다. 사람의 뇌를 수동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디지털 기기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애를 쓰지 않는 한 이런 독서문화를 접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엄마가 (부모가) 아이들의 독서 활동을 위해 세밀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울산 시립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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