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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Sep 07. 2019

여행지의 매력은 어떻게 전달되는가

2019 모두투어 여행박람회 현장에서

기업과 정부기관 임직원에게 여행 전문 강의를 하는 내게, 국내에서 열리는 여러 여행박람회는 시간을 내어 돌아볼만한 행사다. 최근 몇 년간은 해외에서 연을 맺은 호텔업계 미팅을 위해 주로 방문했다면, 이번에는 여행사들의 변화도 관찰하고 내년 강의 준비도 할 겸 모두투어 박람회가 열리는 코엑스로 향했다. 지난 6월 하나투어 박람회는 가지 않았으니 올해 처음으로 둘러보는 국내 박람회다.


여행사가 개최하는 박람회의 주 목적인 '여행상품(패키지)'의 구성이나 내용은 큰 틀에서는 작년이나 재작년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해마다 국내 여행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해외 국가들의 마케팅이나 여행사의 전략을 살펴보니 크게 3가지 정도 관찰된 부분이 있어서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해 본다.




왼쪽은 베트남 부스, 맞은 편의 말레이시아 부스.


1. 데스티네이션 마케팅의 격전지, 동남아시아

한국에서는 아세안 국가를 '동남아'라는 하나의 범주에 묶어서 이해하기 때문에, 국가별 매력을 세세하게 접할 기회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1년에 1~2번밖에 기회가 없는 여행박람회에서 전달하는 관광 마케팅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의 부스는 이미 잘 알려진 여행지 이름인데도 크고 명확하게 한국어로 안내해 놓으니 한국 여행자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반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는 전통문화를 앞세워서 국가 차원의 마케팅을 하다 보니, 개별 여행지의 매력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안 그래도 쿠알라룸푸르, 랑카위, 사라왁, 조호바루 등 어려운 이름의 여행지가 많은데, 각 여행지가 어떤 특징과 강점을 갖고 있는지도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내 강의에 두 국가의 여행지를 추천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이것은 올 초에 다녀온 아세안 투어리즘 포럼에서 느낀 국가별 특징과도 비슷했다. 하롱베이에서 열린 아세안 투어리즘 포럼 참관기




태국의 푸켓과 매홍손 홍보 부스.


아세안 최고의 관광 선진국으로 꼽히는 태국은 달라진 여행산업에 접근하는 방식이 이미 한 발짝 더 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치 '호캉스'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푸켓 지역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태국 북부의 매력을 전달하는 매홍손 크래프트 체험관은 단연 아시아 부스의 백미였다. (아세안 투어리즘 포럼에서 태국이 밝힌 올해 관광전략) 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전달하려는 콘텐츠의 핵심이 아예 달랐다.





캐나다 부스 & 호주 부스.


2. 대국의 딜레마,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광대한 넓이의 영토를 보유한 캐나다와 호주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관광청을 운영하며 마케팅에 공을 들여온 대표적인 국가다. 땅이 넓은 만큼 볼거리와 할 거리도 풍부할 것 같고 실제로도 각 주별로 관광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영미권 국가의 매력은 한국에서의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캐나다의 관광 슬로건은 'For glowing hearts', 호주는 'There's nothing like Australia'다. 그렇다면 이 슬로건에 걸맞은 각 여행지의 '강점'이 보여야 하는데, 이런 행사의 부스나 공식 홈페이지에서조차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고 추천하는 일을 하는 내게도 그런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아예 안 보일 수도 있다.


캐나다가 드라마 <도깨비> 로케이션으로 큰 성과를 올렸지만, 이미 2년 이상이 지났다. TV 방송이 2030 여행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아직도 TV 보고 여행 가나요?"2019.07.10 보도) 현시점에서 과거의 성공 사례만 보고 방송 노출에만 기대는 전략은 일본의 사례처럼 리스크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얼마 전에 유럽의 모 도시가 데스티네이션 홍보에 대한 컨설팅을 요청해 왔는데, 해당 국가도 한국 직항이 없고 국내 마케팅이 어려워서 방송 노출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다. 방송이든 SNS든 간에, 이제는 무차별적인 협찬 노출보다는 ‘무엇을 왜'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마케팅이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 주는 '방송 노출 후 여행사 상품 판매'라는 기존의 틀을 넘어 자유여행자를 타깃으로 콘텐츠를 기획한다. 미식이나 엔터테인먼트, 럭셔리 등 명확한 카테고리 속에서 '우리가 선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즐거움'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미국은 Brand USA라는 통합적인 관광 브랜드 하에서 나라 전체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국이 가진 방대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려는 영리한 전략이 곳곳에 보인다.




하나투어의 트라밸 vs. 모두투어의 컨셉투어


3. 전통적인 여행사의 반격과 한계

이번 박람회장에서 모두투어가 분야별 SNS 셀러브리티를 동반하는 새로운 여행 상품, '컨셉투어' 부스를 발견했다. 컨셉투어는 2030 타깃의 테마형 패키지 상품으로, 해당 셀럽의 팬이나 구독자층을 노린 상품이다. 판매 중인 상품을 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여행에 원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저 상품에서 사이판이라는 장소가 어떤 역할을 할까? '우주에서 가장 힙하게 놀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사이판이든 보라카이든 괌이든 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데스티네이션 마케팅을 해야 하는 국가나 도시라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측면에서의 '강점'을 찾아내야 한다.


하나투어는 테마여행 상품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니, '트라밸'이라는 카테고리가 눈에 띈다. 모두투어가 인물(캐릭터)을 내세운다면, 하나투어는 전문성과 편의성을 내세운다. '런던 플라워 클래스 9일' 상품은 일정 중에 3일은 플라워 클래스 수업을 받는다. 앞서 컨셉투어와 달리, 플라워 클래스 여행에서는 정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영국이 장소적 중요성을 갖는다. 프라하 반달 살기의 경우 하나투어가 제공하는 아파트형 숙소가 포함된 상품이라 큰 준비 없이 장기 체류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돋보인다. 두 여행사 모두 개별 자유여행 트렌드에 맞설 만한 경쟁력은 나름 갖춘 상품군을 선보였다.


항공과 호텔, 투어를 누구나 손쉽게 예약하는 자유여행의 시대에, 이 빈틈을 어떻게든 찾아낸 여행사들의 변화는 분명 새로운 반격이다. 하지만 이 변화가 마이리얼트립이나 클룩처럼 하루가 다르게 신상품이 등록되는 '플랫폼화'에 대항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한 땀 한 땀 기획자의 손길이 닿아야 완성되는 테마여행 상품이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전에 내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이 '스스로 기획한 테마여행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가 국내 제도와 환경 상 아쉽게 접었던 사례가 생각난다. 하지만 이제 조립(탐색과 예약)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다. 결국은 조립할 재료(여행지)가 '가야할 이유'를 어떻게 제시하는가, 각국이 자신들의 매력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여행지의 선호도는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 매력을 무려 신라면으로 정의한, 스위스의 패기. (모두투어 스위스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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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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