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큰 Jul 31. 2022

뒷이야기#5 그리고 한여름 밤의 도서관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밤 10시에 종합자료실 문을 닫는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로 나는 저녁을 일찌감치 챙겨 먹고 마실 겸 저녁에 도서관 산책을 나서기도 한다. 여전히 후덥지근한 저녁 공기. 낮 동안 달궈진 도로는 아직 식지 않았지만 한낮보다 훨씬 걷기 편하다.


한여름 밤의 도서관은 낮의 도서관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가 있다. 조용하게 북적거리던 이용자들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고 몇몇 사람이 남아 널찍한 테이블을 각자 독차지한  독서보단 주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들을 위해 도서관은 조명을 아끼지 않는다. 창밖을 보지 않으면 밤이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람실은 대낮보다 환하다. 게다가 책장 넘기는 소리와 에어컨 일하는 소리 외에는 정말  죽은  조용~ 그야말로 집중의 시간이다! 나도 저녁에 그곳에 가면 공부를 한다. 요즘엔 번역 일에 도움이   같은 우리말 어휘에 관한  하나를 서가에서 꺼내와 일정 페이지씩 보고 있다. 몇백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어서 집에 빌려 가지는 않고 이렇게 도서관에서 매번 야금야금 공부하고 있는데,  정도 진도라면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 봄이 돼야 겨우 마스터할  같군요. ㅎㅎ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에겐 하찮은 공부량이지만, 무기력한  삶에는 이런 소소한 목표도 작은 활력소가 되어준다. 고맙게도.


한편 메인인 종합자료실 외에 열람시간이 끝난 어린이실과 같은 공간은 대부분 불이 다 꺼져있다. 늦은 시각, 아무도 없는 학교나 한여름 밤의 도서관은 왠지 모르게 무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다. 어둑어둑한 서가 사이에서 뭔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요럴 때는 공포소설 하나 골라 읽는 것도 재밌겠다. 등줄기가 서늘하니 피서가 따로 없을 듯.또한 너무 조용하고 엄숙한 공간에 들어가면 “악!” 하고 소리를 질러 보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는데, 한여름 밤의 도서관 역시 그러하다. 물론 나는 간이 콩알만 한 지성인이라 진짜 그래 본 적은 없다. :) n


© tookapic, 출처 Pixabay


이전 09화 한여름의 도서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