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밤에 큰아이가 카네이션 사 온 이야기를 이제 하네. ㅎ
한 송이씩 비닐에 돌돌 말린 카네이션이었는데, 아빠 하나 엄마 하나 해서 두 개를 사 왔더라는. 하나에 3천 원 하는 걸 천 원 깎아서 두 개 5천 원에 샀단다. 고3 녀석이 종일 스터디 카페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에 부모 생각해서 꽃을 사 온 것도 고마운데, 그렇게 가격 흥정하는 요령도 있다고 하니 아이를 영 바보로 키운 건 아닌 것 같아서 다행스럽고 또 고맙고.
암튼 꽃을 그냥 말릴까 하다가, 며칠이라도 활짝 피어있으라고 뒤늦게 꽃병에 꽂아두었다. 그래, 꽃인데 피었다가 가야지.
간만에 식탁을 장식하고 있는 꽃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얼마 전 무척 재미있게 본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대사가 문득 떠오른다.
영화 프로듀서로 일하다가 쫄딱 망하고 달동네로 이사 온 나이 마흔의 싱글 찬실이(강말금 님). 그 집 주인 할머니(윤여정 님)는 이제야 한글을 공부하시는데, 어느 날 숙제를 도와달라며 찬실이를 옆에 불러 앉히고는 맞춤법도 엉망인 글자로 이렇게 한 줄 쓰신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찬실이의 말투며 외모가 나와 너무 닮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심하게 몰입했던 나는 그만 그녀처럼 울음이 터져버렸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꽃처럼 제 빛깔로 물들어 화알짝 피었다가 지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은 내 마음을 툭 건드리는 것들이 참 많기도 하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