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내란을 일으켜 의도치 않게 촉발한 순기능은, 우리나라에 선한 사람들이 얼마나 넓고 촘촘하게 퍼져 있는지 확인시켜준 것이다.
13년 전에 애들 급식 못 준다고 무릎 꿇고 눈물 짜내던 정치인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뽑혔을 때 이 도시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아이들이 자라 대통령도 몰아내고 서울시의 악행도 막아냈다.
트랙터는 결국 남태령을 넘어 서울로 진입했고, 방배 경찰서장은 직권 남용으로 고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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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나 지금이나 악인들은 잔인하기만 하지 근본적으로 저능하다.
순순히 트랙터를 통과시켰더라면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조용히 한 바퀴 선회하고 돌아갔을 것을, 경찰 수백 명을 동원해 트랙터 유리를 부수고 차벽까지 설치하여 전국의 선한 인류가 들불처럼 들고 일어나게 했다.
사람들은 12월3일 그밤처럼 묵묵히 남태령으로 몰려들었고, 역사와 화장실에는 무료 다이소가 차려졌으며, 여기저기서 컵라면을 끓이고 어묵탕이 돌려졌고, 곳곳에서 전세 버스가 등장하여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난방이 되는 공간을 제공했다.
대체 이 선한 사람들은 다 어디서 나온 걸까?
오래전에 잃었던 인간에 대한 신뢰를 윤석열이 회복시켜줬다. 그가 무력감에 젖어있던 국민들을 운동권, 반동분자, 전문 시위꾼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 공로는 인정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베와 가짜뉴스와 딥페이크에 뇌를 잠식당한 사람이 다수인 줄 알았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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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직장인 커뮤니티에 조롱 글을 올린 경찰들도 많았다. 그러나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라며 몰래 커피를 주문한 경찰도 있었다.
너희들이 온갖 나쁜 말을 해봤자 고작 그 커뮤니티 안에서 너희들끼리만 낄낄거릴 뿐이다. 아무리 시끄럽게 굴어도 악은 소수니깐. 조용해서 없는 듯 보여도 다수를 차지하는 건 언제나 선이다.
뒤에서 불순한 말들을 속살거리는 것 말고 다수 앞에서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비루한 천성대로 눈치나 보다가 결국 그 입마저 다물겠지.
왜냐하면 너희는 돈을 안 주면 절대 찬 바닥에 나앉지 않을 사람들이니깐. 4시면 퇴근한다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둘둘 말아서 떠나는 인종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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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대 여자들아,
농민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우셨다. 농민들만 있었으면 무자비하게 탄압당했을 텐데, 20대 여자들이 나타나서 지켜줬다고.
너희는 신인류다. 우리와도 다르다.
앞으로도 지켜줄 사람 같은 건 기다리지 말고 나가서 너희가 지켜내라. 그럼 나는 어묵 끓이는 늘그니가 되어 옆을 지켜줄 테니.
그대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신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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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매일 저녁 7시(수요일엔 5시) 안국역 1번출구에 집회 있으니 불자들, 교인들은 특히 더 나오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거기 계십니다. 고통받는 중생들, 가난하고 병든 자들이 다 거기 모여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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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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