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문제를 푸는 디자이너 (2)

커머스 현장에서 배운 UX 인사이트와 이직 직전 회고의 기록 Ep.2

by 김엔조

커머스 현장에서 배운 UX 인사이트와 이직 직전 회고의 기록 Ep.푸는 디자이너 (1)

Ep.2 사용자를 대신해 결정한다는 것



디자인은 ‘결정’이 아니라 ‘합의의 과정’이었다


컬리에는 매주 열리는 디자인 위클리가 있었다.
13명의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각자의 시안을 공유하고,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는 종종 시안 A, B, C를 들고 그 자리로 갔다.
그 안에는 항상 나 혼자 풀 수 없었던 질문들이 있었다.

기획자와 의견이 달랐던 포인트

넣고 싶은데 사업적으로 부담이 되는 기능

사용자 입장에서 이 흐름이 납득될지

기획에서 중요한 기준인데 디자인상 빼고 싶은 요소


그 질문들을 나 혼자 끌어안고 가는 대신,
동료들과 함께 해석하고 결정하는 문화가 컬리에는 있었다.
어떤 동료는 더 깊이 파고들게 만들었고,
어떤 동료는 지금 당장 내려야 할 결정의 무게를 함께 들어주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배웠다.
디자이너는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결정할 수 있게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엔 작아졌고, 나중엔 단단해졌다.


디자인 위클리 시간이 처음엔 정말 무서웠다.
내가 낸 시안이 부족하게 보일까 봐,
내가 덜 준비된 디자이너처럼 느껴질까 봐
회의 직전까지 수정하고, 멘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반복되며 나는 점점 바뀌었다.
동료들의 질문과 반응, 애정 어린 피드백을 통해
내 디자인이 점점 함께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꼈고,
그 덕분에 나 스스로가 성장하는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함께 만든 디자인은, 함께 책임지는 디자인이었다.


이렇게 팀원들과 함께 결정한 시안을
기획자나 개발자에게 전달할 때 나는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만든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 팀이 함께 만든 디자인"이라는 확신.


그래서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실제로 유저가 잘 사용하고 있는지,
기획자와 BI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데이터를 보며 분석했고,
그 결과를 다시 팀에 공유했다.


좋았던 점, 효과가 있었던 시도, 아쉬웠던 설계 등…
모든 건 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결과’였기 때문에 끝까지 돌아보고 싶었다.




디자인은 판단의 언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디자인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예전엔 ‘잘 만든 것’을 추구했다면,
이젠 묻는다:

이 흐름은 사용자 입장에서 납득 가능한가?

개발이 가능한 구조인가?

이 결정은 어떤 데이터를 남길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이 판단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디자인은 스타일이 아니라, 상황 속 판단의 언어라는 것.
컬리에서 나는 그것을 배웠다.





[현실에서 문제를 푸는 디자이너] 회고 시리즈
커머스 현장에서 배운 UX 인사이트와
이직 직전 1년 9개월을 돌아보는 디자이너의 회고


Ep.1 컬리에서의 1년 9개월, 나의 챕터를 시작하게 만든 질문들

Ep.2 사용자를 대신해 결정한다는 것 ← 지금 읽는 글

Ep.3 존재감은 설득이 아니라 신뢰로 만들어진다

Ep.4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질문

Ep.5 남기고 싶은말, 그리고 다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위해





다음 글은 Ep.3 조직에서 내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법에서

내가 어떻게 이런 디자인적 판단과 감각을 조직 안에서 설득하고 전달했는지,
내 목소리를 팀 안에서 어떻게 쌓아갔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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