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문제를 푸는 디자이너 (4)

커머스 현장에서 배운 UX 인사이트와 이직 직전 회고의 기록 Ep.4

by 김엔조


Ep.4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질문



이직을 생각하지 않았던 어느 날


2025년 1월, 오랜만에 리쿠르터에게 연락이 왔다.
그분과는 9개월 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나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이직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었다.


컬리에서 나는 잘 자리 잡고 있었고,
신뢰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일도 있었고,
무엇보다 앞으로의 1년이 더 기대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신뢰와 기대가 쌓여가던 시기


그 무렵 나는 막 시작한 선행 작업들과 실험적인 프로젝트들,
그리고 Phase2로 이어지는 커머스 설계 흐름 속에서
나의 역할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리더분들의 신임 속에서

2025년에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부담도 있었지만,
내가 이 역할을 제일 잘해서가 아니라,
가장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팀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 역할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나를 흔들어놓은 제안


그 시점에서 받은 제안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짜 고민하게 만든 제안이었다.


그 제안은 한국 업무뿐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포함되어 있었고,
내가 가진 디자인 정체성과 경험을
새로운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확장해 볼 수 있는 조건이었다.


나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고,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과 감각,
성인으로서의 책임감과 문화를 배웠던 곳이 바로 일본이었다.


언젠가는 그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내 안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지금 내 앞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더 실질적인 문제를 풀고 싶었다


한 가지 더 있었다.
나는 컬리에서 커머스의 본질을 잘 경험했기에,
그다음은 더 많은 실험과 더 빠른 검증이 가능한 환경으로 가고 싶었다.


내가 겪어온 스타트업 경험 —
빠른 A/B 테스트와 실시간 데이터 기반 판단은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일하는 방식이었다.


컬리에서도 실험은 존재했지만,
조직의 구조상 빠른 테스트 사이클을 반복하기엔 한계가 있었고,
판단에 필요한 수치보다 ‘방향성과 무게감’이 더 우선되는 순간도 많았다.


나는 그런 구조 안에서
조금 더 빠르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 환경으로 이동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잘하는 부분을 더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 것도 있다




결국 나는, 선택했다


고민은 길었고, 마음은 많이 흔들렸다.
나는 안정감과 새로운 도전 사이에서 계속 싸웠다.


그때 나는 2년 뒤의 나를 상상했다.
컬리에서 2년을 더 일한 나,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2년을 보낸 나.


그 두 장면을 나란히 놓고 생각했을 때
나는 알 수 있었다.


컬리에서의 안정감은, 나에게 도전을 포기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겠구나.
그건 언젠가 후회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에 선택을 미루기보다는,
두려움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질문


컬리를 떠난 건
무언가가 아쉬워서도, 잘못돼서도 아니었다.


내가 가진 갈망,
내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나를 다시 ‘질문하게 만든 제안’에
나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응답했다.








[현실에서 문제를 푸는 디자이너] 회고 시리즈


커머스 생태계에서 겪은 실전 UX,

그리고 이직 직전 1년 9개월을 돌아보는 디자이너의 회고


Ep.1 컬리에서의 1년 9개월, 나의 챕터를 시작하게 만든 질문들

Ep.2 사용자를 대신해 결정한다는 것

Ep.3 존재감은 설득이 아니라 신뢰로 만들어진다

Ep.4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질문 ← 지금 읽는 글

Ep.5 남기고 싶은말, 그리고 다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위해







다음 편 예고

이 회고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는
새로운 챕터를 앞두고 내가 남기고 싶은 말,
그리고 그 선택을 했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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