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플리마켓 & 페어 참가
당시 주 수입원인 회사일이 있음에도 주말마다 열심히 플리마켓에 참가하거나 참가 준비를 하였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다니는 사직서에 힘을 실어 줄 나만의 장치였다.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일이 잘되지 않는 법!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작품들은 팔리지 않았고, 내가 객관적으로 보아도 내 걸 굳이 왜 사겠나 싶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이템들을 하자니 내 취향도 아닐뿐더러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굳이 돈과 시간, 노동까지 하면서 부업을 하나 싶지만, 그렇다고 성과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평균 3번에 한 번 꼴로 중박을 쳤고 한 번 플리마켓에서 중박을 치면 그것을 기대하고 다음 플리마켓을 준비한다. 그렇다고 똑같은 성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기에 매 번 갈 때마다 금전적인 보상을 얻지 못하면 다른 것이라도 얻어 오려고 노력했다.
분명 마켓에서 잘 팔리는 아이템들은 확실히 있다. 그런데 난 왜 이 아이템이 끌렸던 걸까? 그건 바로 개성과 특별함 때문이었다.
원래 플리마켓을 좋아해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소품샵과 플리마켓은 무조건 구경을 한다. 어디서 보지도 못한 특이한 아이템들을 발견하는 기쁨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종종 사 오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재미가 사실 많지 않다. 마켓 몇 군데만 돌아다녀봐도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 심지어 콘셉트를 가지고 개최한 마켓들도 안을 들여다보면 어디서나 보았을 직한 똑~같은 물건들을 팔고 있다. 이런 지루한 시장에서 내 물건은 단연코 특별하다고 생각되었다. 굳이 내 걸 구매하지 않더라도 어디서 봤던 물건은 아니기 때문에 기억에 남고 보는 재미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아이템을 만들었다면 그걸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많은 시간 고심하였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내 아이템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플리마켓에서 간편하고 쉽게 구매하기엔 가격대가 있는 편이었다. (평균 1~2만 원 선이 가볍게 사기 좋은 가격대이지만, 마트료시카는 수공으로 작업하는 물건이라 3~4만 원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유명한 플리마켓이라도 내가 참가하면 항상 마이너스가 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플리마켓의 생태를 이해하고 난 후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시장을 엄선하여 참가하였다. 내 제품군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은 곳에만 참가하였는데, 그런 곳들은 참가비가 10~20만 원 정도여서 선뜻 참가하기엔 부담스러웠지만 경험 삼아 투자하며 그런 자리에서의 분위기들을 익히고 느끼며 시장을 점차 키워갔다.
추울 때 춥게, 더울 때 덥게 돌아다니며 쌓인 노하우들과 나의 여러 상황들이 겹치게 되었을 때 퇴사를 결심했고, 이후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부업이 본업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면서 바로 착수했던 일이 핸드메이드 페어 참가이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자신감에 덜컥 핸드메이드 페어 참가 신청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회사 다닐 당시 얼리버드 특가일 때 미리 부스를 구매해 놨었다.
그동안의 노하우가 쌓여 준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내가 잡아둔 예산 안에서 판매 상품과 거치대, 디스플레이용 시트지, 홍보지, 포장 상자와 봉투, 명함, 카드결제기, 결제용 QR 등 전시에 필요한 물품들을 체크하여 일정에 늦어지지 않게 계획하고 준비했다. 글로만 보면 몇 안 돼 보이지만 준비하면 준비할수록 부족하고 필요한 것들이 자잘하게 계속 나왔다. 거기에 첫 부스행사이다 보니 놓치는 게 있지 않을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렇게 첫 페어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때 참가했던 페어로 인해 지금까지도 먹고살 수 있었다. 나의 페어 원정기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