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준비 시작
결혼 2년 차에 아내가 남편에게 회사 그만두고 이러한 일들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심지어 그 계획들도 아직은 막연하기에 나 자신도 불안했다.
믿고 의지했던 과장님의 갑작스러운 해고 소식
남편의 끝이 없는 장기 해외출장
장기 프로젝트의 무기한 늘어짐
애정하던 아이돌의 자살
믿고 의지하던 사람들이 두 달 사이에 갑자기 모두 떠나 혼자 남아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일까지 늘어지니 삶의 의욕도 없어져 깊은 절망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회사에서 웃으며 다니는 것 자체가 큰 일이었고, 삶이라는 것 자체에 회의감까지 들었다. 거기에 육아까지 해야 한다 생각하니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모두 끌어내 퇴사 후 일들을 계획하였다.
남편에게 퇴사계획을 말하다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남편에게 퇴사의 이유와 계획들을 설명했다.
이렇게 지내다간 우린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거야.
내가 아이를 갖기 전에 프리랜서로서 먼저 자리를 잡고 후에 육아를 하면서 틈틈이 집에서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육아와 출퇴근을 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게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한 길일까? 조금 더 시간이 있을 때 회사를 그만두고 내 몸도 챙겨 건강한 아이를 갖는 게 좋겠어.
남편은 듣더니 처음엔 약간 의아해했었다. 이해는 한다. 우린 집도 없고 모아 둔 돈도 없다. 남편은 전공을 바꾸기 위해 신혼 초 1년 정도 공부를 하느라 나에게 약간의 용돈을 받고 생활했으며, 수입은 당연히 전무했다.
이제 둘이 열심히 벌어도 모자랄 판에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어떤 사람이 반겨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크게 묻지 않고 담백하게 알았다며 그렇게 해보라고 하였고, 심신이 약해진 내 옆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도 표했다. 며칠 후 이래저래 공부하면서 프리랜서 일을 하려면 필요한 게 있을 테니 쓰라며 현금도 두둑이 보내주었다. 이렇게 무한한 신뢰를 받다니…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올랐다.
고마움과 함께 약간의 부담감도 몰려왔다. 회사에서도 흔들려 나오려고 하는데, 이런 남편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나에게 있을까? 나도 남편이 나에게 한 것처럼 응원과 지지를 줄 수 있을까? 여러 부담감들을 자신감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퇴사를 계획한 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기간 동안 천천히 회사원이 아닌 프리랜서 디자이너, 작가의 모습으로 변신할 준비를 해 나갔다.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 순 없었지만 적어도 맨 땅에 헤딩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천천히 밑바탕을 다지고 있었다. 과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내준 남편의 응원이 큰 힘이 되어 퇴근 후, 주말에도 열심히 움직여 준비했다.
하지만 나의 퇴사를 반대한 사람들이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