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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mal Mar 18. 2024

epilogue

To.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수많은 동기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병원을 퇴사한 신규 간호사 normal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머뭇거리고 무슨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됐어요. 일단 가장 먼저 해드리고 싶은 말은  “고생하셨어요.”라는 말을 꺼내고 싶어요. 지금도 아마 많이  고생하고 계실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신규 간호사들끼리 통 하는 게 있잖아요. :) 


1학년 입학해서 남들은 놀러 다니는데 왜 우리는 학교에  가야 하냐며 투덜대고 지금이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과제랑 전공은 늘어나고 심지어 어마어마한 1,000시간이라는 실습까지.


혈관 속에 혈액이 흐르는 건지, 커피가 흐르는 건지 카페인이 없으면 도저히 못 산다며 매일 등굣길에 두꺼운 전공책과  커피를 들고 등교하고 고생하며 누군가를 위해 간호하겠다며  내 한 몸 바쳐서 그 힘든 시간 견뎌서 간호사가 되었잖아요. 


병원에 입사할 때만 해도 나 이제 간호사다! 하며 사원증  받고 걱정 반 설렘 반 마음을 부여잡고 병동으로 향했는데 뭐 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열심히 하는데 매일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며 날마다 대역죄인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하루하루 버티는 게 쉽지 않죠? 출근길에 ‘아... 저 차에 치 이면 오늘 출근 안 해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병원에  도착하면 한숨부터 나오고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떤  말을 듣게 될까? 걱정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잖아요. 출근해 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죄송합니다...로 마무리하고 겨 우 퇴근했는데, 퇴근길에는 오늘 하루 속 일이 머릿속을 맴돌면서 눈가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한바탕 울고 자려고 누우면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에 또 속이 상해서 베개를 눈물로 적시고...  


신규는 뭐가 그렇게 맨날 죄송하고, 서러울까요? 그냥 처음이어서 아직 부족한 건데... 그럼에도 지금 너무 잘하고, 잘  버텨주고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  거예요. 


제가 입사할 때 간호부원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여러분 지금까지 오느라 많이 고생했어요. 앞으로 더 많이 힘들 거예요. 자존감도 많이 떨어질 거고요. 한 가지 해주 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여러분이 이 힘든 시간을 겪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병원에 들어왔지만, 여러분이 간호사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에요. 힘들면 버티세요. 버티면 괜찮아지는 날이 올 거예요. 그렇지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두세요. 여러분이 먼저입니다. 간호사가 건강해야 좋은  간호도 나올 수 있어요. 세상에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그러니 까 우리 한번 잘 버텨봅시다.” 


여기서 저는 힘들면 버티지만, 죽을 것 같으면 그만두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았어요. 저는 그래서 퇴사했습니다. 저 자신을 지켜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 기간이 고작 3개월이지만요.  만약 퇴사를 고민한다면 병원, 가족, 친구 등등 주변 생각하지  말고 일단 자신을 우선으로 두고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 본인이 없으면 세상도 필요 없어요. 


그때도 지금도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지만, 간호가 우리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런 말 해서 퇴사하라 고 꼬드기는 것 같지만, 아닙니다! 절대로요! 저는 그만뒀지만, 선생님들은 잘 해내실 수 있어요! 이런 저의 마음과 응원이 선생님들에게 닿았으면 해서 이런 편지를 썼어요. 닿았을까 모르겠지만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많이 힘드셨죠? 버텨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항상 선생님들의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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