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11
꽃은 짧게 핀다. 그만큼 꽃 피는 계절이 반갑고, 잘 견뎌 피운 꽃이 기특하다. 나는 꽃을 좋아하는데, 특히 이렇게 들꽃이 피는 계절에 그 꽃잎에 슬쩍 손을 대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은 차가운 흙속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린 물방울이 꽃잎에 맺힌다. 흙과 물과 햇빛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아늑한 꽃잎을 피워내는데, 요맘때 그렇게 자라난 꽃잎에 손등을 살짝 스쳐보면 비 온 뒤 흙냄새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이 스쳐 지나간다.
그 보드라운 꽃잎이 가득 머금은 땅 속의 청량함이 사라지면 비로소 꽃잎은 지고, 그 화양연화는 우리를 떠나 내년을 기약한다. 나는 그 아쉬운 장면을 차마 놓치기 아쉬워 풀꽃의 냄새를 깊게 들이쉬고 꽃잎을 어루만져본다.
갓 태어난 어린애처럼 연약하고 서툰 꽃잎을 생각하며 무언갈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그 떨리는 마음을 상상한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그 불안한 마음을, 하지만 굳건히 제 몫을 다하고 아스라이 사라질 성장을 생각하면 한송이 풀꽃도 제법 대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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