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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Oct 29. 2023

용인과 성남을 오가는 대지산-효종산-불곡산 가을숲

가을 따라기

가을은 깊어지고 일 핑계로 좋아하는 자전거도 안 타고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운동하는 게 귀찮아진 요즘이다.

차를 몰고 다니면서 갑자기 깊어진 가을을 느끼지 못하는 게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2023년의 가을은 다시 오지 않으니 말이다.



토요일 정오 무렵 나는 근처 산이나 다녀올까 싶어 지도를 열었다.

대지고개는 자전거로도 여러 번 오르내렸는데 마침 남쪽 대지고개와 북쪽 태재고개를 사이에 대지산-효종산-불곡산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등산로지만 성남 분당권과 접해 있어서 인근 주민들이 제법 다닐 만한 코스로 보였다.

나는 용인 오포의 능평동 마을 어귀에서 등산로를 찾아 바로 치고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막상 가서 보니 입구를 찾을 수 없어서 2차선 도로를 타고 능평삼거리까지 걸어갔다.



능평삼거리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는 숯돌봉으로 올라 대지산까지 이어졌다.



초입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가을 운치가 느껴지는 나무 벤치가 보였다.

아직 쉬거나 할 타이밍도 아니고 하여 사진 한 장 남기고 길을 재촉했다.

배낭도 없이 작은 숄더백만 가지고 오른 거라 운동이 운동 같지 않아서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거의 트레일러닝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체력은 쓸 만한 모양이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눈에 띄는 게 보이면 사진을 남겼다.

여기에 타이틀이 된 나무 사진이 있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용인, 성남에 있는 산이 벌써 이 정도라면 설악산 단풍은 이미 끝났을 것 같다.

요즘 너무 산에 관심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자전거를 좀 놓고 다시 등산을 다녀야 할까 싶어 고민 중이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활엽수들이 싱그러워 사진을 남겼다.

아마 마지막 단풍이 되지 않겠나 싶다.



간벌이 잘 된 구역도 있지만 나름 생태를 원시 상태로 보전한 계곡도 제법 있었다.

작은 산은 아니지만 주변 인구 밀집도가 높아서 그런지 등산로는 상당히 넓고 길 아닌 것 같은 길도 많다.

계곡 구석구석까지 주택이 지어진 곳이라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등산로가 상당하리라 싶다.



하마터면 대지산에서 죽전으로 빠질 뻔했다.

계속된 내리막길에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열었더니 너무 많이 내려온 걸 알 수 있었다.

스스로를 나무라며 다시 능선에 올라 북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대지산에서 효종산으로 향하다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6.25 전쟁 전사자 유해 및 유물 발굴지점>이 나온다.

지금이야 도시가 형성된 곳이지만 당시만 해도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이었을 테니 그럴 만도 하지 싶었다.



이 능선은 백두대간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의 검단지선이라고 한다.

미친놈처럼 산에 다닐 땐 정말 열심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산과 멀어진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다.

다시 열의가 불타 올랐지만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여기서 보니 이 산맥들을 두고 경기도 성남시, 용인시, 광주시가 경계를 두고 있는 듯했다.



가파른 구간은 전혀 없었다.

대지산에서 불곡산까지는 거의 얕은 경사도로 오르내리는 정도였다.

트레일러닝 코스로 적합해 보였다.

지난여름 십수 년만에 다녀온 설악산 오색코스에 비하니 평지나 마찬가지였다.

체중이 한창때 숫자를 찾는다면 트레일러닝 삼아 뛰어다닐 것 같은데 그놈의 숫자가 항상 문제다.



불곡산에서부터 태재고개까지는 거의 내리막의 연속이다.

차라리 오르막이 낫지 내리막길은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제댈 다니려면 등산용 스틱이라도 다시 마련해야겠다.



태재고개롤 빠져나오니 이런 도심이 펼쳐졌다.

좀 쉬어 다니면 좋으련만 달랑 한 번 쉰 것 같다.

500ml 생수를 챙겨 갔지만 절반도 안 마셨다.

이 지역에 꽤 쓸 만한 등산로 아닌가 싶다.

하마터면 가을을 놓치고 말았을 텐데 덕분에 가을의 끝자락이라도 잡았다.



태재고개를 내려와 다시 능평리 쪽을 향했다.

도로 옆 인도를 타고 몇 킬로미터를 걸었는지 모른다.

등산로는 걷는 재미라도 있는데...

도로 옆에 신현천이 흐르는데 물이 꽤 맑은 편이다.


이렇게 한 바퀴 도는데 약 14km 정도 거리를 걸었다.

대지산에서 길을 잘못 들었던 구역과 능평동에서 등산로 입구를 찾지 못해서 삽질한 구역을 빼면 약 12~13km 정도 될 것 같다.

이렇게 돌고 1600칼로리를 소모했으니 나름 다이어트 코스로 좋은 것 같다.

3시간이 안 걸렸으니 주말에 밥 먹고 소화시키러 다니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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