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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하다 Dec 16. 2021

언제나 모든 것이 좋을 때 방향을 바꾸어야만 한다

 연말이다. '내년에는 퇴사해야지' 다짐했지만, 과연 내가 퇴사를 할 수 있을까. 회사의 복지 혜택으로 내년에 뭘 살까 고민하는 내가 퇴사를 할 수 있을까. 월급이 들어오면, 이번 달 엄마 생신에는 더 넉넉하게 용돈을 드려야겠다. 진짜 내년에는 퇴사를 하겠다고 다짐했으니까


일적인 면에서 나는 행복했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것이 좋을 때 방향을 바꾸어야만 한다.

 누군가를 퇴사로 이끈 문장이었다고 한다. 우선 나는 일적인 면에서 행복하지 않지만, '모든 것이 좋을 때' 이 부분에서 잠깐 멈췄다. 회사의 타이틀이 주는 안정감을, 그 울타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을까. 지난 주말, 전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서 만난 어색한 동료들. 잘 지내냐는 안부에 나는 잘 지낸다 말했다. 그 회사 다닐 때 보다야 괜찮으니까. 밥을 같이 먹으면,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나 바꾼 직무, 여러 회사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밥은 혼자 먹었다. 동시에 회사가 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퇴사하면 바로 사라질 것 아닌가. 너무 쉽게 사라지는 거품 같은 거니까. 


생각해보면 난 항상 울고 있었다.


 오랜만에 출근, 심지어 현장이다.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일인데, 현장에 가면 방송일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무전기에서, 촬영 현장에서 내 이름이 불리면 심장 박동수가 올라갔다. 두근두근두근. 설레는 두근거림은 아니었다. 광디스크를 들고, KBS 지하를 뛰어다니며 울었고, 스튜디오 녹화가 끝나면 편집실에서 쪽잠을 자며 울었고,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서러워서 울었다. 그나마 동기들 중에서 나는 일요일 하루 쉬는 편이었으니까, 위로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삶이 초라했다. 월급 60만 원, 거기에 세금 떼면 오십구만 얼마, 심지어 마지막 달엔 회차별 계약 아니냐며 이번 달은 2회만 녹화했다고 월급에 절반을 떼어먹는 비열한 외주제작사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도 엉엉 울어야 했다. 그렇게 울면서 노동청에 신고하고 삼자대면을 했다. 나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길 바랐다. 생각해보면 방송일 할 때만 울었던 건 아니다. 광고대행사를 다닐 때도, 야근하고 집에 가고 싶은데 새벽에 택시가 안 잡혀서 울었고, 트럭에 파는 우동을 먹다 울었고, 꽃을 하고 싶어서 작업실을 보고 온 나를 다그치는 팀장님 앞에서 엉엉 울었다. 광고주 때문에 열 받아서 울었고, 불꽃축제 현장에서 '이게 최선이세요 대리님?' 그 한 마디에 또 엉엉 울었다. 이제는 좋은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지만 그래도 운다. 그냥 눈물이 많은 걸까. 이쯤 되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 싶다.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게 맞을까, 불안해도 행복하던 백수 시절이 그립다. 불안정한 행복 VS 불행한 안정 내년의 나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선택을 내년의 나에게 미루고 있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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