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아래서 초록을 바라보다 단단해진 마음을 느낀다.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왈칵 차오르는 순간이 있다. 경험상 그런 행복은 화려하지 않다. 어딘가에 자랑하기에는 작고 사소하다. 지나치게 소박해서 행복이라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추구하는 행복은 그렇다. 마치 지금 이 순간처럼,
소세지 빵과 모과돌배차를 챙겨서 집 앞으로 나왔다. 바쁘게 출근하느라 멈출 수 없었던 나무 그늘 아래 앉았다. 가만히 앉아 있는 이 시간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빵은 폭신하고 모과차는 달콤했다. 잠깐이지만 시간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머무르는 순간이었다. 봄바람은 콧잔등을 스치고, 좋아하는 음악이 두 귀를 가득 채우고, 의자에 내려앉은 몸의 무게와 감각을 오롯이 느껴졌다.
'오늘도, 앞으로도, 그저 이렇게 살아가면 되겠구나.'
멀리 떠나지 않아도 스스로 최선의 순간을 만들어 만끽할 수 있음에 안도감이 든다. 나무 그늘 아래서 초록을 바라보다 단단해진 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