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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by 그리울너머


습관처럼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서 한동안 일했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커피 한잔에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 무수한 많은 것들을 남겼다.


갑자기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자 비를 피하기 위해 오늘도 카페에 들렀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예고 없는 소나기에 우산을 안 챙겨 나왔나 보다. 집 밖을 나서 여기저기 옮긴 발걸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았다. 원두 갈리는 소리가 들리고,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비는 내리고 분주했다. 약속에 없던 일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밥 먹고 들릴 수도, 약속을 위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카페에 모였다. 카페에선 비와 어울리는 노래가 나오고, 여기저기 수군 대었다. 별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발걸음이었지만, 커피 한잔 마실까 하고 들어왔던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단순히 돈을 주고 커피를 사는 일’


사람들이 섞여 의미 없는 시간을 소중함으로 바꾸는 일이다.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시간, 비는 곧 그칠 듯했지만, 문 너머로는 발걸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더 시간을 내어야겠지, 비가 그친 창문에 빗방울이 한두 방을 미끄러워 떨어질 때 그제야 나서는 발걸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

바쁜 와중에 샷을 내리고, 그날에 맞는 음악을 틀어 분위기를 맞춘다.

카페를 나오며 한 사람 두 사람 온기를 남긴다.





커피 한잔의 사치에는

커피 한잔에 향을 담고

커피 한잔에 여유를 담고

커피 한잔에 향을 느끼고

커피 한잔에 여유를 느끼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우리들의 이야기를

의미 없는 이야기지만

의미 없는 시간이지만

바쁜와중에도 우리가 여기 앉아 있음이

소중하게끔

커피 한 모금 마실 수 있음이

다행히게끔





‘단순히 돈을 주고 커피를 사는 일’


원두를 갈아내고, 향을 만들고, 스팀을 내어 향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담았다. 커피에 의지해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향’을 담았다. 카페 앞을 지나다가 ‘커피 한 잔 마실까’ 하고 잠시 들려 커피 한 잔을 살 때에는 잘 몰랐던 일이었다.


‘바쁜 시간’에 ‘샷’을 내렸다.

자그마한 카페 한켠에서 흘러가는 시간 속에, 각자의 인연과 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로 다른 발걸음, 스치는 눈빛, 그리고 잠시 머물며 나누었던 무수한 한마디들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되어, 우리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많은 의자 속에서 저기에 함께 앉아 커피를 마시던 일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바쁜 와중에 의미 없는 시간 속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샷을 내리고, 우리가 여기 앉아있음이 ‘소중하게끔’, 다른 사람이 섞여 앉아있는 그 자리에 그때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고, ‘사치’를 담는 일이었다.


예전엔 잘 몰랐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일이 그저 습관처럼 반복되는 하루의 일부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앉아 마신 그 한 잔엔 생각보다 많은 게 담겨 있었다. 창가에 앉아 비를 바라보며 흘려보낸 시간, 우연히 옆 테이블에 앉은 누군가의 웃음소리, 그날 따라 어울리던 음악, 향기. 별일 아닌 하루였지만, 그 커피 한 잔이 그 하루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커피는 어느새 작은 사치가 되고, 지나칠 수 없는 여유가 되었다.

커피 한 모금 마실 수 있음이, 다행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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