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 3차원으로 바라보기; 감춰진 시간

"다시 꺼낸 기억"

by 그리울너머


일어나야지.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게으른 아침 침묵을 깨는 알람 소리, 듣기 싫지는 않다. 해야 할 일들로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순서, 일어나서 씻고, 옷을 입고. 머릿속은 분주한데 아직은 누워서, 두세 번의 알람이 더 울리기까지 생각만 했다. 몇 개 더 맞춰놓은 알람들을 끝으로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똑같은 아침 풍경,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부엌에는 아침을 준비하는 도마 소리가 들리고,

늦장을 부려본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옷장을 열면 정리되지 않은 옷들이 있다. 또다시 너저분하게 구석에 있던 옷가지들을 한두 개 꺼내보았다. ‘이 옷이다.’ 깊숙이 숨어있던 옷을 꺼내 들었고, 하지만 이 옷도 아니고, 방 한가운데에 옷장의 옷 들을 이만큼 방류했다. 돌아와서 정리해야지.


"다들 그렇지 않나?" 뒤적이며, 정리되지 않은 옷가지들.


‘이 옷이다.’ 생각했던 옷가지는 퀴퀴 묵었네. 버려야 할 거 같으면서도 버리기에 옷감이 많이 상하지 않았다. 잊힐 때면 ‘이 옷이다.’하고 생각나는 이유가 있겠지. 그렇지만 다시 넣어둔 것은 때가 묻었기 때문에.

그래도 버리기에는 아쉬우니까 한두 번 더 입다가 버려야겠다.


"지랄 맞은 물건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버려야지, 버리지 않은 데에는 기필코 이유가 있겠지. 헌 옷이면서 가슴 한 곳이 답답해진다.



부엌에는 아침을 준비하는 도마 소리가 들리고,

어머니가 아버지의 넥타이를 매주시고, 아들 오늘은 이 옷 입고 가.


방 한구석에 박혀있던
나도 있는지도 몰랐던
추억을 꺼낼 때면
마음이 정지하는 듯싶다가도

그냥 한번 웃고 말았지

그냥 생각이 나서

다시 한번 더 마음이 움찔하고 말았지

괜찮아 그래도

좋았잖아.




옷장을 정리하던 중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지랄 맞은 물건을 꺼내 들었다. 쾌쾌 묵은 냄새에 가슴 깊숙이 담이 걸렸다. 버릴지 말지 고민하다 처박아둔 옷가지. 나도 모르게 한쪽 구석으로 밀어놓고, 그렇게 다시 또 밀어 놓고, 눈에 가시처럼 밟혀 저기 언저리로 미루어 놓았는데, 다시 내 눈앞에 아른거린다.

‘골칫덩어리’

언젠가 버려야 하겠지, 아직은 아니다.

무엇이든 버리는 게 아직 익숙지가 않다. 이렇게 지나온 시간이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아직 버리기엔 너무 아깝잖아.” 라며 입어 보지 않을 옷 들이다. 지랄 맞은 물건이지만 버리는 게 익숙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것이 제자리인 것 마냥’. 내년 이맘때쯤 다시 꺼내봐야겠다. 헌 옷이면서 꺼낼 때마다 새것인 양 가슴 깊숙한 곳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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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붙은 먼지를 털어내듯, 그 안에 담긴 순간들을 손끝으로 쓰다듬어 본다. 이상하게도 잘 접히지 않는 구김처럼, 몇 번이고 정리 했지만, 결국 남는다. 이름 붙이기 애매한 감정들이 그러하듯 지나간 계절들이 묻어있다. 결국 버리는 일보다 잊는 일이 어려운걸 알았다. 아직은 아니라는 핑계를 댄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래서 다시 꺼낼 날을 오늘도, 미뤄 본다.


지루해질 때까지 당분간은 계속 꺼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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