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도토리 Jun 20. 2022

Know-where가 뭔가요?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다.

세뇌당한 잔소리


 처음 입사했을 때 만났던 팀장은 그 당시 40대 초쯤 되었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현재의 나와 그리 차이가 나는 나이도 아니다. 그런데 너무나 어렵고 까마득하게 높은 사람같이 보였던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성격 탓이었을 것이다. 어쩜 그렇게 옛날 사람같이 꼬장꼬장하고 깐깐하게 굴었던지 나름 긴 회사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아직도 가장 함께하기 힘들었던 이를 한 명 고르라면 주저 없이 그를 꼽을 것이다. 업무 관련 여부와 무관하게 다양한 주제로 직원들을 괴롭히는 사람이었는데 아직도 그때 제대로 받아치지 못한 사회 초년생 나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그때로 돌아가 한마디 시원하게 뱉어주는 상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분은 그 뒤로 임원까지 달며 승승장구하는 것 같더니 얼마 전 소소한 물의를 일으키며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드디어 오며 가며 그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한동안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아무튼 쓸데없는 잔소리가  많았던 그는 틈만 나면 직원들을 자리로 불러 지적질할 거리를 집어내며 조언 아닌 조언을 하곤 했다. 슬프게도  당시의 세뇌당한 잔소리 중에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몇몇 잔소리들이 있다. 대부분은 쓸데없는 헛소리였지만 그나마 쓸모 있었던 잔소리  하나가 바로 know where 중요성이었다. 치가 떨리도록 싫어했던 사람에게서도 배운 점이 있다니... 괜히 분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뭐라도 뽑아먹은  치기로 하고 유용한 팁으로 삼고 있다.



 그가 말한 know where라는 것은 필요할 때 내가 원하는 자료를 내 컴퓨터에서 쉽게 찾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약하면 파일 관리의 중요성일 것이다. know where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과장이 섞인 말이긴 하지만 (업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능력 아닐까…) 생각해보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파일 관리 그게 뭐 어렵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다 보면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가 머릿속에서 기억을 도려내기라도 한 것인지, 도대체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파일이 하나둘 쌓여 컴퓨터의 용량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지우자니 뭔가 언젠간 필요할 일이 있을 것만 같아서 찜찜하다. 찜찜함과 귀찮음이 뒤섞여 일주일, 한 달, 일 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식물들처럼 증식하는 파일에 뒤덮이게 될 것이다.


 세상이 좋아지고 업무 환경도 바뀌면서 현재는 나름 보수적인 축에 속하는 우리 회사에서도 엑셀이나 워드, 파워포인트보다는  기반의 공유문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문서 파일의 생성 없이 모든 일을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생각해보자, 회사에 사실 복잡하고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가? 파일 관리는 난이도로 따지면   개를 주기도 과분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닐까? 그런 파일 관리가 그렇게 업무에 있어서 중요하다면 이것이야말로 최소한의 노력으로 일의 효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   있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일을 관리해야  것인가? 여기선 크게  가지만 간단히 설명하려고 한다. 개인의 업무 스타일이나, 회사의 시스템을 고려하여 커스터마이징이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




1. 폴더 관리


 파일을 찾는 방법은 크게 폴더를 통한 접근과 검색을 통한 접근이 있다. 급히 누군가가 파일을 찾는 경우나, 최근에 작업해서 파일명이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나는 경우는 검색을 통해 바로 파일을 찾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바탕화면에서 폴더를 타고 이동해 파일을 찾아 들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폴더 정리를 하는 방식은 회사 업무의 개별적 특성에 꽤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을 듬뿍 담아 생성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다음의 큰 룰 정도는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폴더를 가능한 세분화 하자.

둘째, 폴더명 앞에 숫자 혹은 알파벳, 가나다 등을 붙여 ordering을 하자.


 가끔 일을 하다 보면 바탕화면에 나도 모르게 잔뜩 쌓여 버린 파일들을 한데 모아 새 폴더에 처박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나의 작업물의 가치를 급격히 하락시키는 첫걸음이다. 귀찮겠지만 문서 프로그램을 열자마자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먼저 누르는 것을 생활화해보자. 알맞은 위치에 곱게 저장된 파일은 나도 모르게 미저장인 상태에서 실컷 작업하다가 어어 하는 사이에 작업물을 날리는 참사를 미연에 방지해 줄 것이다. 간혹 위치를 먼저 지정하기 어려운 ad-hoc 성격의 업무는 바탕화면에 저장해서 자료 작성이 완료된 뒤 최대한 적합한 폴더로 바로바로 이동시킬 수 있게 하자. 늦어도 급한 업무를 끝낸 그 주 안에는 이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추가로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시점에서 메인으로 긴급하게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폴더는 통째로 바탕화면에 옮겨놓고 사용한 뒤 프로젝트 종료 후 하위 폴더로 이동하는 것도 좋다.



[- 폴더 관리 예시]  

01_사업계획
   01_19_사업계획
        01_보고자료
        02_취합자료
        03_기타
    02_20_사업계획
  …
02_실적관리
03_손익관리
04_기타



2. 파일명과 버전 관리


 폴더를 잘 생성했다면 이제는 파일 관리로 넘어가 보자. 생각해보면 5초도 걸리지 않는 일인데 파일명을 잘 적어서 저장하는 일은 은근히 우리를 귀찮게 한다. 특히 촌각을 다투며 몰아치는 업무를 하다 보면 당장 마음이 급해  111111, dddd, 취합자료최종, 임시파일 등과 같이 어떻게든 파일명을 정하는 데 소모되는 조금의 노력이라도 아끼고 싶은 의지가 반영된 이름의 파일들이 생성되곤 한다. 과연 우리는 저런 파일들의 내용을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일주일만 지나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할 것이 분명하다. 업무 환경이 여유롭다면 파일 네이밍이나 버전 관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살이가 언제 그리 이상적이었던가. 저 멀리서 팀장이 ‘어제 그 파일 그거 있지? 빨리 출력해 와’라고 소리를 지를 때 1초라도 빠르게 파일을 찾기 위해서는 파일명과 버전 관리가 핵심이다. 물론, 파일 관리도 업무 성격 및 개인 스타일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관리에 정답은 없다. 다만, 내가 작업한 파일을 잘 구분할 수 있으며, 필요시 신속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파일명 관리 예시]


(용도)업무명_버전_날짜 (띄어쓰기 보다는 언더바를 사용)
(보고)22년_사업계획_목표수립_v.2.1_20211203
(보고)22년_사업계획_목표수립_vF_20211203
(BD)22년_사업계획_목표수립_v.1.0_20211201


 파일 명명의 핵심은 원하는 파일이 잘 검색되도록 ‘내가 나중에 검색 키워드로 쓸 만한’ 단어들을 제목에 넣어놓는 것이다. 급하다고 ‘취합자료최종’이라고 네이밍 한다면 취합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언제 어느 자료를 취합한 것인지 결국 파일을 하나하나 열어보아야 확인이 가능하다. 이미 시간을 흘러가 버린다. 내가 쓸만한 검색어를 태깅한다고 생각하고 네이밍 해보자. 개인 작업용 파일명은 꼭 짧고 명료하지는 않아도 되니 핵심 키워드를 연결하여 파일명을 지정하면 좋을 것이다. 이때 파일명에 띄어쓰기를 넣으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언더바로 연결하도록 하자. 날짜도 최소한 연/월 단위까지 추가해주면 좋다. 보고용인지 back data인지 내부용인지 등의 개별 파일의 용도도 본인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파일명에 추가해놓자.

 

 버전 관리로 넘어가자면 나는 보통 파일명 뒤에 N.N의 숫자를 붙여 버전 관리를 한다. 1.0으로 시작하여 소소한 수정으로 파일이 업데이트된 경우는 뒷자리 숫자를 늘려나가고 중간보고 등으로 인해 보고서의 구성 순서 혹은 방향 변경된 건이라면 앞자리 숫자를 늘려나간다. 최종 보고 버전은 vF로 변경하여 나중에 최종 보고 버전을 쉽게 찾아쓸 수 있게 정리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러웠던 과거의 일화를 소개하자면 예전에 ceo PT자료를 (보고)22년_사업계획_목표수립_v.3.2_수정_최종_20211203와 같이 구구절절한 이름의 파일명으로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심기가 불편하셨는지 v.3.2? 수정? 이거 뭐야? 이전 버전도 그럼 다 가져와봐!’라는 패악을 부리셨다고 한다. 그 후로 한동안 ceo 보고자료는 ‘22년사업계획’ 등과 같이 초 심플한 파일명으로 준비하곤 했었다. 이처럼 어떤 지랄 맞은 윗사람이 있냐에 따라서도 회사의 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먼저 입사한 이들의 파일명을 보고 파일 관리에 참고해보자. 보고 기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는 버전 1.1, 1.2 등의 중간 파일들은 삭제하는 것도 전체 폴더를 가볍게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3. 주기적인 복습


 1, 2번을 열심히 따르면서 열심히 파일을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파일의 개수 자체가 늘어나게 되면 know where 난이도는 비례하여 커질 수밖에 없다. 비슷비슷한 문서가 일별/월별로 생성되다 보면 아무리 예쁘게 폴더를 계층별로 만들어 놓았더라도 바로바로 원하는 문서를 찾기 위한 난이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무식한 방법이지만 역시 복습이 최선이다. 가끔 업무에 여유가 생길   번씩 그동안 만들어 놓은 폴더를 하나하나 들어가 본다.  이런 일도 했었구나이때 정말 힘들었는데이건 지금 봐도 잘했네 같은 촉촉한 감상에 젖은 채로 나의 지난 회사생활의 결과물을 탐색한다. 이건 이제 정말  쓰겠다 싶은 문서들은 지우기도 하고,  유용해서 나중에 또 쓸 일이 많을 것 같은데 파일명이나 파일 위치가  별로인 건들은 검색이 용이하도록 이름과 위치를 바꾸기도 한다. 요즘 하는 업무와 관련 있는 파일은 복사해서 자주 찾는 폴더 안에 사본을 만들어두기도 한다. 엄청나게 꼼꼼하게 파일을 하나하나  필요는 없다. 폴더들의 구조와  파일이  위치에 있다는  정도만 대충 눈에 발라 놓더라도, 다음  파일을 사용할 일이 있을  이리저리 헤매지 않고 목적지로 바로 직진할  있을 테니 말이다.




4. 외부 프로그램 사용하기


 여기까지 한 뒤에도 플러스알파가 되어줄 킥을 원한다면 똑똑한 이들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Total Commander, InsideFolder 혹은 Q-dir 같은 프로그램들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윈도우 기본 탐색기에 비교해서 더욱 직관적이고 빠르게 파일을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파일을 찾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대부분 무료 프로그램이어서 부담도 적고 추가적인 기능도 많아 보인다. 나는 기본 탐색기로 폴더나 파일을 관리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아직까지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일 잘하는 옆자리 후배가 Q-dir를 잘 쓰고 있는 모습에 나도 슬며시 따라 해 볼까 생각 중이다. 



이전 11화 디테일의 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