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이기심, 이제는 필요해

by 괜찮지않은사람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늘 조심스러웠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불편해도 맞춰야 했으며, 내 몫을 챙기는 일조차 미안해야 했다. 배려 없는 사람, 자기만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두려워서 스스로를 지워가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를 위한 선택은 언제나 마지막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도 나는 좀 더 참을 수 있으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면서도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했다. 결국,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처럼 구석에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를 지키는 데는, 어느 정도의 이기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든 관계에 ‘착한 사람’으로만 남으려 했던 나는 너무 자주 부서졌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사이, 내 감정은 늘 뒷전이었고, 마음은 병들어 갔다. 누구도 내 고단함을 챙겨주지 않았다. 참는 것이 미덕이고, 희생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결국 나를 소진시켰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삶 속에서, 나조차 나를 챙기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한때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조차 이기적이라고 느껴졌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거나, 모임을 거절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연락에 바로 답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선택이 나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였다는 걸 이제는 이해한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인간다운 삶이고, 건강한 경계다. 이기심이 아니라 자기보호일 뿐이다.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건,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아무 데나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내 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억지로 맞춰주느라 감정을 짓눌러가며 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쩌면 진짜 이기적인 사람은, 타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배려를 권리처럼 요구하는 사람 아닐까. 그들은 내가 얼마나 지치고 있는지에 관심도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마음을 쓰느라 내 삶이 엉망이 되는 건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이기심이라는 단어에 대한 오해는 우리 모두에게 박혀 있다. 하지만 ‘이기적이다’는 건 반드시 나쁜 의미만은 아니다. 나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 내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 내 필요를 당당히 말하는 태도. 이 모든 게 나를 지키기 위한 이기심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 착하기만 한 사람은 너무 쉽게 이용당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끝내 지워버리고 만다. 나는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나를 위한 선택’이 죄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절하고 싶은 일을 거절하고, 맞지 않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나의 시간과 마음을 아끼는 것. 그런 행동들이 더는 비난받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다. 단지 나를 조금 더 아끼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곧 내 삶을 지키는 일임을 이제는 안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너무 애써왔다. 하지만 이제는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 나를 갉아먹으면서까지 지켜야 할 관계는 없다. 나를 잃으면서까지 유지해야 할 평판도 없다. 결국 남는 건 나 자신뿐이고,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도 나밖에 없다. 그러니 이기심이라는 말을 두려워하지 말자. 나를 위해 단단해지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내 마음을 돌보며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누군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을 중심에 두기로 한다. 착한 사람보다는,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이제는 나를 지키는 이기심이 필요하다. 그게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가장 단단한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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