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생태적 삶을 노래하다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온종일 짚신 신고 발길 닿는 대로 가노라니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산 하나 넘고 나면 또 산 하나 푸르네
心非有像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마음에 집착 없거늘 어찌 육체의 종이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성) 도는 본래 이름할 수 없거늘 어찌 이름을 붙이리
宿霧未晞山鳥語(숙무미희산조어) 간밤의 안개 촉촉한데 산새들은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봄바람 살랑이니 들꽃이 환하네
短笻歸去千峯靜(단공귀거천봉정) 지팡이 짚고 돌아가는 길 일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푸른 절벽에 어지런 안개 느지막이 개네
-김시습(金時習, 1435~1493), <증준상인(贈晙上人) 중 제 8수>
세종 때 오세 신동이라 불리던 김시습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조카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은 세조에게 분노하여 평생을 관직 생활을 하지 않고 자유로이 전국의 산천을 유람하고 방랑한 길 위의 시인입니다. 이 시는 그가 전라도 순천 조계산(曹溪山) 송광사(松廣寺)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승려 준(晙)에게 바친 시입니다.
그의 시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여행길이 마치 눈앞에 살아 있는 듯 그려지지 않나요? 마음에 집착 없이 한발 한발 떼고 있노라면 누구나 자신을 잊고 대상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땀 흘리며 산 고개를 넘어가다 잠시 쉬어가려는 그 순간 때마침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고 산새들 지저귀며 일천 봉우리와 푸른 절벽에 느지막히 안개가 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자연을 자주 접하고 충분히 접속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되겠지요
35년 이상을 야외에서 생활하며 자연 접속 프로젝트 이사이자 환경교육을 위한 워크샵과 자연접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마이클 코헨은 그의 저서 《자연에 말 걸기(Reconneting with nature)》에서 자연과의 접속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온전하고 건강한 자연 감각을 타고난다. 그 감각들이 둔화되기 전까지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번성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연 속 자신의 근원과 접속하며 충족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이렇게 방해받지 않고, 단절되거나 불만족한 고통을 피하는 것이다. 자연의 감각적 지혜가 사람들 안에서 충족될 때 편안함과 만족감이 일어난다. 그것은 삶의 온전함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충족되지 못하면 감각적 만족과 사랑에 대한 욕구를 일으킨다.
자연 감각과 느낌들은 우리의 다중적인 개성이며, 우리 내면에 있는 아이의 진정한 본성이다. 책임감 있게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각각의 순수한 자연 감각에 주의를 주고, 신뢰로 양육해야 한다. 각각의 자연 감각은 아름답고 비언어적인 지성과 사랑이다. 자연 감각 하나하나는 안정성과 생존, 온전한 정신에 자신만의 공헌을 하며 각자의 가치를 지닌다. 산업사회는 우리의 의식과 자연의 고결함으로부터 이러한 감각을 차단하는 많은 조작된 스토리들을 만들어냈다. 자연에 말 걸기 과정을 통해 이러한 조작과 개인, 사회, 환경에 대한 관계에의 역효과를 되돌릴 수 있다.
타고난 자연 감각과 느낌의 회복, 하나 됨이란 영적 감수성과 감각을 회복할 수 있을 때만이 우리는 안정과 생존, 편안함과 만족감이라는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속도 위주의 경쟁 사회의 흐름과는 반대로 오늘부터 천천히 자연과 나 자신의 자연 감각에 말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요?
10대 생각
· 자연은 풍요롭고 그것을 느끼게 되면 마음에 상쾌함이나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자주 자연을 접해야 한다.
· 여러 가지 일들로 힘이 들 때 엄마와 자주 산책을 하곤 한다. 그럴 때 자연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
· 나도 발길 가는 데로 걸을 자연을 느끼고 보고 싶다. 그것을 충분히 접촉하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므로 많이 느껴볼 필요가 있다.
· 새들을 보고 좋은 자연의 냄새를 마시고 느끼며 자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감사하다.
· 친구들과 현장 체험학습을 가서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면 아름다움을 알게 되고 그것을 보호해야겠다는 마음도 들게 될 것이다.
· 자연은 인간의 욕심이 낄 곳이 없고 많은 생명들을 살 수 있게 해주므로 그것을 본받을 수 있도록 자주 그리고 충분히 접촉하고 느껴보아야 한다.
· 모든 것은 자연에서 생기고 그것에서 혜택을 받고 누리기에 우리는 자연에 대해 감사하고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꼭 캠페인에 참가해 자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눈에 담고 그림을 그리는 일도 그것에 귀글 기울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 자연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그것에 접촉하지 않으면 건강, 몸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없으므로 자연을 가까이해야 한다.
· 발길 닿는 대로 다니다 보니 내 고장의 몇몇 건물들 빼고는 다 한 번씩 지나가 본 것 같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고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가꿀 수 있어 감사하다.
· 작가가 보고 있는 광경이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아 좋았다. 가족들과 가을에 단풍으로 물든 공원에 간 기억이 떠올랐다. 자연은 우리에게 심신의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므로 자주 그리고 충분히 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자연이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고 추억을 만들어주며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하다.
· 자유로이 가고 싶은 대로 가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여정이 참 좋은 것 같다. 자연이 있기에 우리가 있으므로 늘 접촉하고 느끼며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은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 그때의 느낌은 어땠는지요?
2. 우리가 자연을 자주 접촉하고 충분히 느껴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