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달 Aug 12. 2022

단독주택에 대한 오해와 진실

단독주택에 산다고 하면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들이 있다. 나 역시 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겨울, 봄, 여름까지 반년을 보낸 지금 대다수의 생각들이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단독주택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


부정적인 소문은 6배나 더 빨리 확산된다고 하던데 집 짓기에 관한 얘기들 또한 그런 것 같다. 나 역시 집 지으면서 "너무 행복했어요."라는 후기보다는 사기를 당했다 거나 부실시공으로 맘고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훨씬 더 익숙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 역시 그 누구에게도 속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시작한 집 짓기였지만, 결과적으로 집 짓기로 인한 맘고생은 크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 우리 주택단지의 이웃들 중에서도 집 지으며 날씨나 예산 문제로 힘들었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계셔도 우려만큼 치명적인(?) 맘고생을 한 분들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물론 집 짓는 과정이 꽤 길고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라 모두 순탄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선택한 업체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소통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매 순간의 문제들을 협의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


2. 단독주택 관리비는 폭탄이다.


우리 집에 방문한 지인들마다 물었던 질문인 것 같다. 하지만 30~60평 규모인 최근 지은 주택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 - 더 큰 주택들의 사례는 나 역시 잘 몰라서 제외했다.-  일단 요즘 지은 주택들은 단열이 잘되고 창호의 기밀성이 높아 겨울에 매우 따뜻하다. 그래서 50평대에 큰 창이 많고 천고도가 높은 우리 집도 난방비가 30평대 아파트 살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비슷한 난방비에 훨씬 따뜻하다 못해 더워서 반팔을 입고 생활해야 할 정도다. 그리고 여름을 지내보니 전기세 또한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태양광을 설치한 우리 집의 경우에는 전기세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수도세는 약간 상승했는데 이전보다 마당 청소, 식물 물 주기, 커진 욕조, 마당 수영장 등 물의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만원대의 상승폭이다. 결과적으로 여름과 겨울을 모두 보내보니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않아 전보다 더욱 절약되는 것 같다.


단, 크게 수리할 일이 생기면 아낀 관리비를 한 번에 쓰게 될 수도 있다.


3. 단독주택은 관리가 어렵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늘어나는 일의 양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내부 청소나 관리의 경우 집이 커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청소는 로봇 청소기를 사용하고 있고, 짐이 늘어나지는 않았기에 일이 더 늘었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미리 계획한 수납공간들 덕분에 정리는 더욱 편해졌다. 문제는 외부인데 외벽 마감을 때가 덜 타는 재질인 세라믹 사이딩이나 벽돌로 시공한다거나, 잔디 대신 데크나 자갈로 마당을 꾸민다거나, 식물을 최소로 키운다거나 하는 대안들이 있어 손이 덜 가는 방향으로 충분히 절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체나 수선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소모품의 교환, 못 박기, 페인트 칠 등 간단한 보수 정도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집을 지을 때 '알맞은 크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알맞은 크기의 공간은 내게 여러 의미에서 중요했는데 그중 하나는 유지와 관리가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은 집이지만, 사실 우리 집은 매우 손이 많이 가는 집이다. 외벽 마감은 얼룩에 취약한 스타코이고 담, 대문, 데크에 쓰인 루나우드는 매 년 오일스테인을 발라줘야 한다. 그리고 마당은 잔디마당이었으나 최근 다 걷어내고 자갈을 깔았다.


이렇듯 태생이 다른 주택보다 일거리가 많은 집이지만 아직까진 버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지런한 성향이냐고 묻는다면 정 반대의 이야기를 훨씬 더 많이 들어왔고 번거로운 건 딱 질색이라 안 먹고 안 하고 만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집을 관리하는 시간보다 누리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우리는 집을 구입하고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한다. 하지만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공간과 시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데 이제는 버려지는 공간이 없이 전보다 오랜 시간을 누리고 있으니 집을 관리하는 노력이 훨씬 덜 힘들고 가치 있게 느껴진다. 이렇듯 생각하기에 따라 주택은 들이는 노력 대비 효율이 좋은 주거형태일 수 있다. 특히 훨씬 더 풍성해지는 일상의 경험은 늘 나의 노고를 뛰어넘는 큰 보상이 되어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