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꿈비가 안 보여.”
늦은 저녁 수영장을 정리하러 마당에 나갔던 남편이 헐레벌떡 들어와 외쳤다.
“오늘은 좀 늦나? 오겠지.”
7월 말쯤 우연히 벚꽃 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제비를 보았다. 그 녀석은 인기척만 들려도 날아가는 다른 제비와 달리 마당 정리를 하는 한 시간 내내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이리저리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도 눈만 껌벅거릴 뿐 미동도 없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 제비는 해질 무렵이면 날아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밤을 보내고 가는 것 같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가족은 매일 저녁 마당에 나가 제비가 왔나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는 제비에게 ‘꿈꾸당에 사는 제비’를 줄여 ‘꿈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손님이 몰려들어 시끌벅적한 날도, 폭우가 쏟아지던 날도, 우리가 여행을 갔다 돌아온 날도 꿈비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랬던 꿈비가 이틀 전부터는 찾아오지 않았고 그제야 우리는 제비가 철새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미처 작별 인사도 못했는데 섭섭한 마음이 가득했다.
“여보, 오늘 파티다. 파티!”
며칠 전 전화기 너머 들리는 퇴근길 남편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진행하던 일이 잘된 모양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 더욱 기뻤는지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으며 기념하고 싶다고 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여느 때처럼 마당에 앉아있는 꿈비와 함께 회에 소주를 곁들인 조촐한 파티를 했다.
그리고 이틀 후 꿈비가 떠났다. 집에 방문하는 손님들마다 떨어진 박씨가 없나 찾아보라며 농담을 하곤 했는데 지나고 보니 이틀 전 그 일이 꼭 꿈비가 남기고 간 선물 같기도 하다.
오늘 덩그러니 남아있는 빈 가지를 보며 아이가 말했다. “꿈비야, 네가 좋아하는 그 자리 그대로 남겨놓을게. 내년에 우리 다시 만나자.”
볼에 스치는 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제비가 알려주는 가을이라니.. 꿈꾸당에서 맞이하는 첫가을은 이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