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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Nov 03. 2022

주택에서 보내는 첫가을

꿈꾸당에서 보내는 첫가을.

담장 안에 머문 하늘빛에 반해 장바구니 정리도 잊고 그대로 데크에 앉아 있기도 하고, 커피 한잔을 내려 마당에 나갔다가 다정한 바람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기도 했다. 이렇듯 주택에서의 가을은 종종 나를 익숙한 순간에 오래 머물게 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가을의 마당을 좀 더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맑은 날엔 간식을 챙기고 아이의 하교 시간에 맞추어 마당에 나가 있곤 했다. 대문이 열리고 엄마를 본 아이는 곧바로 데크에 책가방을 던져놓고 열심히 마당을 누빈다. 엄마가 있는 곳, 그곳이 곧 아이의 놀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공놀이, 물풍선 놀이, 비눗방울 놀이, 킥보드 타기, 돌멩이도 가지고 놀다가 엄마를 따라 낙엽을 줍기도 한다. 때론 함께, 때론 그저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우리 집에 찾아온 계절의 변화와 오늘 보낸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며칠 전엔 돗자리를 깔고 아이는 문제집을 풀다 뒹굴거리고 나는 책을 보며 뒹굴거리기도 했다. 그러다 문밖에서 동네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니 문제집을 풀던 아이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내 눈치를 한 번 쓱 보더니 빨리 하고 나가서 놀겠다고 한다. "공부만 하기엔 날씨가 너무 좋다. 그렇지?" 내 말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마구 끄덕이는 아이. 때마침 "00형, 노올~자." 멀쩡한 초인종을 두고 대문 너머로 아이를 부르는 소리마저 들린다. "가을을 누려라. 아들!"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 난 아이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뛰쳐나간다. 곧이어 골목에선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의 왁자지껄 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젠가 아이는 이 집을 떠나겠지만, 우리가 함께한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 남을 것이다. 꿈꾸당에서 보내는 첫가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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