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피어오르는, 벽화가 있는 집을 만들자
나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집에 관한 글 두 편을 발행했습니다. 그리고 예상보다 큰 반응에 적잖이 놀라는 중이에요. 많은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집을 지켜주세요'는 조회수 4만, '프랑스 남자가 한국에서 집을 고르는 방법'의 조회수가 15만을 넘었습니다. 볼드 저널 우수 응모작에 두 차례 선정되고(https://brunch.co.kr/@boldjournalcom/25 / https://brunch.co.kr/@boldjournalcom/24 ), 브런치 추천글과 다음 메인에 뜨는 행운이 따른 결과이기도 해요.
특히 개발의 논리에 의해 아름다운 동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안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저의 고민은 끝나지 않은 상태에요. 아직까지 재건축은 진행되고 있고, 늘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죠.
'과연 우리 집을 지켜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여전히 YES라고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삶은 지속되어야 하기에, 저희 가족은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리고, 어쩌면 지킬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돌아왔어요. 바로 동피랑 벽화마을에서요.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은 꽤 유명하죠.
통영 중앙시장 뒤편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그곳은, 소문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장소였습니다.
잠시 보여드릴게요.
본래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동포루 - 적을 감시하기 위한 초소가 있던 자리라고 해요. 통영시는 낙후된 마을을 철거하고 동포루를 복원하여 공원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러자 2007년도에 한 시민단체가 '동피랑 색칠하기 - 전국 벽화 공모전'을 열었고, 동네 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답니다.
벽화로 꾸며진 동피랑 마을이 입소문 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그리고 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되었죠. 마침내 통영시는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 집 3채만을 헐기로 하고, 마을 철거 방침을 철회했습니다.
보존과 개발의 문턱에 서있었던 동피랑은 통영의 새로운 명소로 변모했어요. 크고 작은 식당과 카페들이 자리를 잡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 동피랑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도 추억을 선사했네요!
우리 집이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일까요? 동피랑 벽화 마을은 제 마음에 콱 박혀버렸어요. 이전에도 벽화마을을 방문해보기는 했지만, 가볍고 즐거운 관광객의 마음이었을 뿐, 가슴을 울리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조금은 체념하고 있던 제 가슴에 불을 지핀 것 같아요. 막연하지만, 그래도 뭔가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 집의 하얀 벽이 생각났습니다.
여기, 이 벽에 벽화를 그리자.
혹시나 철거되어 흔적이 없어질지라도,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한그루의 사과를 심겠다고 했던 스피노자의 마음이 되어, 이 벽에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이 벽에 늘 벽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혼자 스케치도 했더랬죠(자세히 보면, 세월호 고래의 그림이 살며시 보입니다). 하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추진력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정리해 본 제 계획은 아래와 같아요.
짜잔~
1. 일단 함께 할 친구들을 모으기로 했어요. 하루 날을 잡아 축제처럼 벽화를 그리는 거야!
우리의 삶을 휘두르는 개발과 자본이라는 놈들에게 저항하는 멋진 날을 만들어 보자!
2. 날짜는 5월 5일 어린이 날.
3. 장소는 방배동 나금의 집.
4. 아, 테마도 필요하겠죠?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 어떤 그림이 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구상 중입니다!
5. 하루 종일 먹고 떠들며 벽화를 그릴 겁니다. 몸을 흔들 음악도 함께 할 거예요.
아이들도 벽화 그리기에 참여합니다. "네 이야기를 그림으로, 색깔로 표현해봐." 그리고 물을 거에요. "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니? 들어줄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듣자.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
우리 집이 언젠가 이야기가 있는 벽화 집으로 기억되기를.
만에 하나, 여기 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이렇게 우린 희망을 이야기하고, 즐거운 저항을 했다고 기억되기를.
동참하실 분은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