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ight's Mistery Club
“다들 아시다시피...”
P는 테이블 끝에 서서 두 손을 펴서 손바닥을 위로 올린 채 양 팔을 벌리며 마치 “웰컴 투 매직월드”를 외치는 몸짓으로 말을 이었다.
“저는 마술사입니다. 제 자랑 같지만 단언컨대 우리나라 마술을 지금 모습으로 정착시킨 1세대 마술사입니다. 혹시 주변에 마술사가 있으시다면 꼭 물어보세요. 매직K를 아느냐고... 아! 매직K는 제가 활동할 때 쓰던 이름입니다.”
차분하고 또렷한 말투와는 달리 P의 양손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P의 손에서는 불붙은 담배가 사라졌고 장미꽃이 나타났으며 끊임없이 트럼프 카드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마 이런 대답을 듣게 되실 겁니다. ‘매직K? 전설의 마술사 매직K요? 직접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걸요?’”
토요일 밤, 키키봉의 어두운 조명과 어우러져 P의 손에서 펼쳐지는 작은 세계는 환상을 만들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P의 손을 넋을 잃고 쳐다보던 H가 불쑥 말을 꺼냈다.
“P오빠. 오빠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마술사예요? 그럼 오늘은 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 건가요?”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앞에 놓인 와인 잔을 잡으며 H가 큰 눈으로 P를 쳐다보았다.
“네. 오늘은 매직K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겁니다. 오래 전에 떠난 매직K에 대한...”
P는 여전히 손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손이 멈추면 말도 멈춰버릴 것처럼...
H가 손을 내밀었다.
P는 H에게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스페이드K.
H는 그 카드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오늘은 매직K가 다시 여러분을 찾아오는 날입니다. 그리고 영원히 작별을 할 겁니다. 간단히 말해서 매직K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W가 피식 웃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영원한 작별? 마술사가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P가 W를 쳐다보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바닥에서 작은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맞습니다. 제 이야기가 끝나면, 아니... 제 마지막 공연이 끝나면 여러분 앞에 서 있는 매직K, 저 P는 사라집니다. 그냥 몸만 사라지는 게 아니고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아예 사라질 겁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W는 와인 한 모금을 삼키며 P에게 물었다.
“영원히? 아예 사라진다고? 그럼 당신이 사라지는 마술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당신이 존재했다는 것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인가요?”
P의 손바닥 불꽃놀이가 끝나가고 있었다.
“여러분이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그게 제가 완성하고 싶은 매직K의 마지막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