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ight's Mistery Club
- 모나엄마, 그리고 O
"자... 여러분께 소개를 할까요?
모나엄마... 인사하세요!"
모나엄마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모나엄마예요.
아직 말도 서투르고 어색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꼭 그림을 그릴 겁니다."
O는 다시 말을 했다.
"원래 이 모임에 외부인은 참여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해야 하는 내용을 보아도 꼭 모나엄마를 여러분께 인사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W에게 미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W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네. 제가 문자메세지로 알려드렸었죠?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때문에 한 분 더 오실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후우..."
SNIC 멤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다시 O가 말을 이었다.
"음... 모나엄마가 여러분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모나엄마한테 여러분들 사진을 보여주었었죠. 그... 전에 양평으로 MT갔을 때 찍은 사진이요. 그래서 모나엄마가 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어요. 우리 멤버들의 초상화를 하나씩 그렸죠."
O는 커다란 가방에서 초상화를 꺼내어 모두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액자 속 그림은 마치 실제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정교했다. 주변의 여백과 유화물감이 주는 질감이 아니면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세밀하게 표현된 초상화를 받아든 멤버들은 자신이 그려진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때요? 잘 그렸죠?"
O는 모나엄마의 그림솜씨를 자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모나엄마. 어때? 다들 반겨주니까 좋지? 원래 오늘 모임은 멤버가 아니면 못 오는 건데 특별히 허락받은 거야.
앞으로는 이 모임에 참석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멤버들은 이 모임말고도 자주 만나거든.
앞으로는 그렇게 모일 때마다 모나엄마도 꼭 같이 참석하자. 알았지?"
O는 말을 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여러분께 말씀드릴께요. 저는 모나엄마를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제가 데리고 왔으니 그렇게 해야죠. 일단 우리 말 공부도 시키면서 화실에 보내서 그림 공부도 하게 할거예요.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 그 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켜서 대학에 보내려고요.
제가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신경쓸게 많을 거예요. 혹시 앞으로 제가 모임에 자주 못나와도 당분간은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O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쪽 구석에 앉아서 뚫어져라 그림을 쳐다보던 R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O를 바라보았다.
R은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커다랗게 뜬 두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언니... O언니... 이게... 이게 도대체..."
O는 그런 R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R, 왜 그래? 왜 눈물을 흘려? 그렇게 감동적이야?"
"언니... 도대체 왜 그래요? 누가 누구를 탈출시켜요? 모나엄마? 모나엄마라고 했어요? 그 여자를 인도에서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고요?"
"그래. 내가 그래서 고생을 좀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무사히 왔으니까 된거지 뭐..."
O는 여전히 미소를 띄우며 말을 했다.
W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O!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왜 이러세요? 모나엄마라고 했어요? 그래, 그 모나엄마는 지금 어디있죠?"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인사까지 건네고 그림도 하나씩 선물했잖아요. 여기... 모나엄마..."
O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멤버들은 모두 O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왜들 이래? 내가 지금까지 한 말은 뭐야? 도대체 뭘 들었어? 왜들 이래?"
W는 O에게 다가가 양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O! 왜 이래요? 정신 차려요!"
H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잠깐만요. 지금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
.
.
"자, O! 지금 무엇이 보이죠?"
H는 맞은 편 소파에 자리잡고 누운 O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최면요법을 사용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정신과를 개업한 이후로 2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최면요법을 이용한 건 다섯손가락에 꼽힌다.
하지만 O의 경우에는 최면요법만이 해결책일 것 같았다.
"병원이요. 모나엄마는 침대에 누워있고, 담당의사가 앞에 서 있어요."
"의사는 뭘 하고 있죠?"
"의사는 모나엄마의 몸을 자르고 있어요.
음... 지금 가슴을 열었어요. 톱으로 가슴을 가르고 있어요. 힘이 드나봐요. 땀도 많이 흘리고..."
"O는? O는 지금 어디 있어요?"
"저는 그 옆 침대에 누워 있어요."
"그럼 지금 모나엄마 수술을 하고 있는 건가요?"
"네? 수술? 아닌데... 아! 지금 막 모나엄마의 심장을 꺼냈어요. 옆에 커다란 통이 있어요. 그 안에 심장을 넣었어요.
모나엄마의 뇌도 들어있고요."
"뇌... 요?"
H는 의외의 대답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네. 모나엄마가 그랬거든요. 자신의 심장과 뇌만 있으면 된다고... 제가 모나엄마의 심장과 뇌만 가지고 가면 자신이 가는 거라고..."
H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벌써 한시간이 넘게 최면요법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럼, 심장과 뇌는 어떻게 했어요? 그걸 어떻게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왔죠?"
"잘게 잘라서 스프를 끓였어요. 그리고 그걸 제가 먹었죠.
맞다. 손, 오른손도 가져가 달랬어요."
"오른손? 그건... 왜?"
"모나엄마는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그러니까 오른손은 잘 가져가야 한다고..."
"그... 그럼, 손, 모나엄마의 오른손은요?"
"의사가 모나엄마의 오른손을..."
O는 천천히 자신의 오른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