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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책방 Oct 20. 2019

가을이 오면 해야 할 일이 있어요

흙을 만집니다. 식물을 옮겨 심어 줍니다.



평소에 잡지를 보든 어떤 사진을 보든 간에 꼭 키우고 싶은 식물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놓거나 캡처를 해 놓는다, 그리고는 화원에 가서 팔고 있는지 물어본다. 서울 외곽에는 화원이 많아서 주말마다 자주 가 보기는 하지만, 원하는 식물이 많지는 않다. 여러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아이들이 자리 잡고 있기에 종종 실망할 때도 있다. 그래도 원하는 식물을 발견하면 데리고 온다. (꼭 데려오고 싶은 식물이 있으면 양재 꽃 시장으로 간다. 거기는 웬만하면 다 있다.) 해충이 있을지도 모르니 욕실이나 아파트 복도에 하루 정도 두고 식물들이 주로 살고 있는 베란다로 데리고 온다.



가꾸고 싶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집에 데리고 오는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모종의 크기보다 더 큰 토분에 하나씩 심어준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크고 있는 식물들 중에 잘 자라, 큰 화분으로 옮겨 심어줘야 할 식물들도 있다. 봄과 가을이 되면 모조리 새 토분에 분갈이해 주고 있다. 모종을 집에 데리고 오는 것 까지는 좋다. 내 욕심 때문에 잘 키우고 싶어서 데리고 오는 거니깐. 그다음 단계인 분갈이는 다르다. 조금 더 큰 집에서 여유롭게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이사를 해 줘야 한다. 종종 숙제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흙을 만지기 시작하면 이내 즐거워진다.


우리집에서 아주 잘 자란 아스파라거스. 분갈이 시작 한다.


자, 분갈이 시작해 보자.

베란다에 신문지를 겹겹이 깔아 놓는다. 그리고는 분갈이할 모종과 화분을 가지고 온다. 맨바닥에 깔 난석을 준비한다. 배양토에 마사토를 섞어 놓는다. 배양토가 워낙 잘 나오기도 하지만, 물 빠짐이 좋아야 하는 식물은 마사토를 섞어서 쓰는 게 좋다. 거기에다가 흙의 통풍과 중성화를 위해 펄라이트가 있으면 좋고, 해충을 방지하기 위해 숯을 부셔서 흙과 섞어 주면 완벽하다

(배양토: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흙

마사토: 흙보다는 굵고 작은 돌보다 더 작은 굵은 모래)



1. 먼저, 난석이나 마사토를 분갈이할 화분의 맨 아래에 깔아준다. 난석은 베이지색 가벼운 돌인데 수분을 유지시켜 줘서 마사토보다 더 선호하는 편이다. (마사토만 있어도 문제 될 건 없다. 난석이든 마사토든 배수를 위해 깔아줄 뿐이다.)


2. 그리고는 섞어 놓은 배양토를 넣는다. 화분에 다 넣지 않고 모종을 화분에 살짝 넣어보고 얼마나 흙을 넣을 것인지 예상해 본다.

 

3. 플라스틱 모종 화분에서 빼서 맨 밑의 뿌리를 살짝 정리해 주고, 겉의 흙도 조금 털어낸다. (뿌리는 가급적이면 크게 손대지 않는 게 좋다.)


4. 분갈이 한 새 화분의 흙에서 잘 뻗어서 자라야 하니까 모종을 화분의 가운데에 넣고 배양토를 넣어 덮어준다.

  그리고 화분 안에 흙이 가득 찰 수 있게 화분 가장자리 흙을 손가락으로 눌러준다.


5. 화분에 모종이 단단하게 잘 심어 졌으면 맨 위를 마사토를 깔아준다.


6. 시원하게 물을 주고(화분에서 물이 흘러나가는지 본다) 잘 커가고 있나 관심 있게 지켜본다.




분갈이 끝난 아스파라거스. 새 토분에서 잘 자라주길 바라며.


물을 좋아하는 아이, 건조해도 잘 견디는 아이, 흙이 빨리 마르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아이, 햇볕이 강하면 빨리 죽는 아이, 배수가 잘 되어야 크는 아이, 등등 식물의 종류마다 원하는 조건이 다르다. 적당히 조건에 맞춰서 분갈이해 주고 지낼 위치를 정해준다.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고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다. 이 아이가 우리 집 베란다에서 잘 적응을 해야 하고 나 역시 습성을 알고 가꿔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함께 이 공간 안에서 웃으며 잘 살 수 있다.




덥디 더운 여름을 견디고 나면 선선한 가을이 온다. 이 가을이 오면 꼭 해야 할 일이 바로 식물을 더 어루만지고 가꿔야 한다. 더워서 잎이 타 들어갔던 아이가 더 푸르게 자라고 꽃을 피우기도 한다. 또 새 순이 돋아나 나를 반갑게 맞아주기도 한다.

흙을 만지고 식물의 잎과 뿌리를 만지는 순간. 분무기로 공기 중에 수분을 날려주거나 물을 주는 순간, 도시 속에서 난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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