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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Dec 17. 2022

치우 천왕과  공공할배, 그리고 공공버스 - 子欲居九夷

제9 자한 편(第九 子罕 篇) - 13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국민 응원단 ‘붉은 악마’가 되는 걸 싫어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붉은 악마들이라는 이름보다 ‘붉은 도깨비’라는 이름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도깨비는 강력한 물리적 힘과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순박하고 착한 우리 민족의 성정을 그대로 닮은 매우 독특한 상징이다.     


  도깨비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치우(蚩尤) 천왕을 만날 수 있다. 치우 천왕은 동이(東夷 – 우리 민족)계의 신(神)으로 단군왕검의 아빠인 환웅 천왕의 형이다. 즉 단군 할아버지의 큰 아버지뻘이다.① 따라서 치우 천왕은 우리 민족의 어르신이며 동방 세계 최대의 슈퍼맨이다. 이 치우 천왕의 모습과 능력이 도깨비의 원조가 된 것이 틀림없다.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치우 천왕의 얼굴이다.  https://kisslog.tistory.com/160 검색일; 2022.12.17.


  치우 천왕의 먼 조카 손주쯤 되는 ‘공공(共工)’이라는 신(神)이 있었다. 공공은 괄괄한 성격이 물을 다스리는 신으로, 빨간 머리에, 사람의 얼굴, 그리고 뱀의 몸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신들의 대장은 화하(華夏 - 짜장면 계통)계의 전욱이었는데 여러 차례 폭정을 일삼았다.② 이에 공공은 당연히 전욱을 탄핵하는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전세는 공공에게 불리해졌다. 그러자 공공은,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하늘을 지탱하고 있던 거대한 산을 머리고 들이받아 버렸다.(축구 용어로 ‘헤더’ 한 것이다)


  그 결과, 산의 허리가 꺾였고, 지금의 중국 땅은 기울어져 서북쪽이 높아지고 동남쪽이 낮아지게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다. 왜냐하면 중국이 아니라서 그렇다)

     

  결국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공공 할아버지의 장렬한 투쟁의 결과이다.


     

중국에서는 ‘공공이 열받아 부주산을 들이받았다’(共工怒觸不周山)가 숙어처럼 매우 친숙한 표현이다.(https://url.kr/7fupsn 검색일; 2022.12.17.)




  과거 공자가 살 때까지만 해도 치우 천왕이나 공공 할배 같은 경우는, 짜장면들과는 관련 없는 동이계 신이었다.③ 간단명료, 단순 무식,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는 동이계 신들과 달리, 짜장면 신들은 뺀질뺀질 잔 대가리에 능하고, 이간질에 탁월하며, 편 가르는데 선수들이다.     


  그래서 공자조차도 동이들과 살고 싶어 했고, 가고 싶어 했다. 물론 논어에도 여러 군데 그런 공자의 바람들이 나타나 있는 곳이 있다.      


스승님께서 구이(九夷)에서 살고 싶어 하셨다. 그러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누추할 텐데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스승님께서 대답하셨다. “군자가 사는데, 무슨 누추할 것이 있겠느냐?”


  물론 여기에도 여러 서로 다른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구이는 동이족을 말하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동이족은 9개로 나뉘는데 근본은 같다. 이는 같은 근원을 가진 우물 아홉 개와 같아, 한 우물을 건드리면 아홉 개가 다 출렁이는 것과 같다.”     


  공자조차도 온갖 협잡과 억지가 판치는 짜장면의 세상의 떠나 착한 사람들이 서로를 아끼며 다이내믹하게 살아는 우리의 땅을 그리워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못난 후손들이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그 조상의 광대한 산야를 떡 사 먹은 것도 모자라, 위대한 우리 민족의 신들까지 다 까 처먹기에 이른 것이다. 오호! 통재라!!




  그런데 더 한심한 일이 있다. 몇 년 전, 노영민이라는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자(청와대 비서실장)가 중국에 갔다가, 되지도 않게 만절필동(萬折必東) 어쩌고 하는 한문을 써대며 꼴값을 떨었다. 만절필동의 뜻은 만 번이 꺾여도 결국 (강물은) 동쪽으로 흐른다는 뜻으로, 보통 충성을 맹세할 때 쓰는 말이다. 이 사람은 월급은 한국에서 받으면서, 중국에 가서 어디다 충성을 다 한다고 이걸 쓴 걸까? 중국 강물이 동쪽으로 흐르는 이유가 공공 할배의 헤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나 알고 썼을까?     


  한편, 노영민이 중국에 출장 간 이유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 사전 답사와 준비가 목적이었다. 이런 얼빠진 비서실장이 미리 방문해 준비한 것 중에, 우리 대통령이 북경 대학에서 연설하는 일정이 있었다.


  나는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인권 선진국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화인민공화국 대학생들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에 대한 감동적인 연설을 해 줄 것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엉뚱하게 큰 산, 작은 산 어쩌고 하며, 작은 산으로서 중국몽에 빌붙어 짜장면 꿈을 함께 꾸겠다고 잠꼬대하다 혼자 밥 먹고 귀국했다.     


  치우 천왕과 공공 할배가 무덤에서 통곡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 밖에 ‘공공버스’라고 크게 써 붙인 것을 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버스엔 모두 ‘공공버스’라고 붙어 있었다.   

   

  공공(公共)의 뜻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⑥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 버스던 사회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지 않는 버스가 있을까? 아니라면 왜 쓸데없이 돈 들여 공공버스라고 써 붙이고 다닐까?      


  혹시 대장동 사업이 ‘공공 개발’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의 보편적 사회화가 필요했고, 그래서 버스마다 붙인 것일까?     


  아니면 경기도 지사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눈치챈 똘마니들 중에 좀 한문 좀 아는 얘가 한 일일까?     




  흐린 하늘이 더 이상 못 견뎌 스멀스멀 눈을 뿌리기 시작할 무렵 느낌이 왔다. 전임 경기도지사는 공공(共工) 할아버지를 추억한 것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인권을 탄압하는 두 나라(북한과 중국)에 강력히 항의하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여배우랑 같이!      


  나는 지금 분명히 내가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눈 내리는 찬 길 위에서, 공공버스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생각과 낼 수 있는 소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     



① 정재서 지음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 신화 2』 ㈜ 황금부엉이. 서울. 2004. p.303.   

  

②  위앤커(袁珂) 지음, 전인초, 김선자 옮김 『중국신화전설 1』 ㈜ 민음사. 서울. 1999. p.115.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을 모조리 북쪽 하늘에 묶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한쪽에서는 늘 눈이 부셔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눈앞에 손가락조차도 안 보이는 어둠에 빠져 있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③ 전문용어로 화하(華夏 – 짜장면)계 신과 동이(東夷)계 신이라고 한다.    

 

④ 리링(李零) 지음, 김갑수 옮김『집 잃은 개, 丧家狗12』(주)글 항아리. 경기, 파주. 2019. p. 505.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欲居九夷, 或曰, 陋, 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⑤ 분명히 어디서 읽었는데 그 책을 떡 사 먹은 것 같다.     


⑥ never 국어사전. 검색일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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